대체 워크샵이 어땠길래?

5년 전의 즐거웠던 전사 워크샵. 매년 워크샵을 가던 우리는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재앙으로 모든 행사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5년이 지나면서 작은 행사는 부활했지만, 전사가 다 같이 1박 이상의 워크샵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100명이 넘는 인원의 운영, 5년이 흐르면서 전사워크샵 진행이나 참여 경험자는 10명도 안 남음, 더 바빠지고 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워크샵에 대한 기대치 하락 등 여러 난관들이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시도했고, 또 성공했습니다. 바쁘게 일하는 와중에 왜 이런 행사를 추진했는지, 그것도 왜 이렇게까지 목숨 걸고 멋지게 했는지, 대체 뭐가 어떻게 달랐는지를 기록해봅니다.
<워크샵 스케치 영상>

왜 다 같이 워크샵을 가고자 했을까

2024년 봄, 어느덧 강남언니팀은 120명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5년 전 40명이 워크샵을 가던 때에 비하면 3배가 넘게 커졌고(사실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170여 명) 훨씬 다양한 분야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었습니다.

반면, 그렇게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변화 해야 했습니다. 작년도 흑자전환을 통해 시장에 우리의 역량을 증명하긴 했지만, 과거의 영광은 과거의 것이고, 저희는 늘 Day-1이라 생각하며 올해의 성장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전장은 넓어졌고, 문제는 너무 많아 보였으며 어디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의견도 분분했습니다. 이미 할 수 있는 시도들을 어느 정도는 해왔기에 무슨 프로젝트든 생각만큼 쉽게 성공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스타트업에서의 변화야 늘 필요하지만, 이번에는 지금보다 적은 인원이 더 단기적인 전략을 수행하던 이전보다 더 여러운 상황이라 생각했습니다.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되고, 더 치열하게 방향을 논의하고, 집중하기 어려운 수준의 에너지를 집중시켜야지만 장기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워크샵은 그러한 고민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변화하기 위해서는 물론 비즈니스 전략, 조직 구조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그중에 하나 중요한 것은 서로를 더 알고, 이해하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과 환경과 분위기를 구축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단기간에 확 끌어올리려면 전사 행사만큼 짧고 굵은 임팩트가 없기도 했고 5년간 멈춰왔던 바퀴를 다시 굴릴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에 올 초부터 워크샵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 워크샵의 고객은 동료다.

워크샵을 성공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반대로 실패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고객의 반응입니다. 워크샵은 결국 동료들이 참여하고 분위기를 자아내는 행사이기에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확연히 갈립니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의도가 있는 워크샵이었지만, 그 의도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이번 워크샵 너무 재밌었어”라는 동료 경험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워크샵이 재미없다면 거기에 버무려진 여러 의미 부여 또한 퇴색될 것이고, 반대로 끝내주게 재밌었다면 그 과정에서 자연히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동료들과 함께 무언가 바꿔 나가는 경험)가 녹여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늘상 그랬지만서도, 더더욱 이번 워크샵은 아래와 같은 목표가 생겼습니다.

동료로부터 “제 인생 최고의 워크샵이었어요”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하기. 결과는 어땠을까요??

"WoW!!"

어떻게 동료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사할 것인가?

아마도 기존 회사에서 갔던 워크샵들에서 안 좋은 기억을 가진 분들은 이 시간에 대한 기대치도 낮고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분들까지도 좋은 경험을 하게 하려면 기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실 어차피 워크샵에서 하는 여러 레크리에이션이나 프로그램들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희라고 나영석 PD도 생각치 못한 저 세상 코너를 만들 수는 없겠지요 (사실 거의 그 수준으로 해낸 것 같긴 하지만).

저희가 포커싱한 것은 역시나 집요함입니다. 고객 집착.

고객들은 무엇을 원하지? 고객들은 어떤 것을 기대하지? 고객들이 기대하는 것 그 이상을 주려면 뭘 집요하게 파고들어야지? 등을 끊임없이 생각했습니다.

저희 워크샵 TF분들이 어떤 부분에서 집요했는지 정리해보았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피드백한다고?

저희는 1일 차에는 레크리에이션, 2일 차에는 피드백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1일 차 레크리에이션도 전반/후반이 존재해서 전반에는 소규모 팀끼리 나눠서 대결하고 후반에는 다 같이 모여서 포인트를 배팅하는 등의 아기자기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때 소규모 팀끼리 대결하는 코너마다 방탈출하기, 길 찾기, 숨은 맥락 찾기 등의 게임을 만들었는데, 이 게임들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매우 치열한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아니 본업 하던 사람들 불러모아서 TF 만들고 야근해가면서 프로그램 짜는 건데 그 와중에 막 이건 별로다, 저게 더 낫다 하면서 피드백까지 한다고?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굳이’가 한 뼘 더 좋은 경험을 만들 거라는 걸 모두가 믿었습니다. 그래서 서로 피드백도 잘 받아들이고 더 치열하게 재미있고 인상적인 레크리에이션을 준비하려고 했습니다. 모두가 우리의 목표인 인생급 워크샵 추억을 만들고자 하는 데 한마음이 되었던 거죠.

‘굳이’ 뭘 그렇게까지 했냐고요? 위에 말했듯이 10분짜리 게임 코너 하나 만들려고 서너번의 야근을 하며 리허설하고, 기획 피드백하면서 누군가 열심히 만들어온 내용을 더 동료들이 재밌게 하기 위해 백지상태로 재시작하기도 하고, 발표 세션도 구성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3번의 장표리뷰와 2번의 리허설을 거쳐 업그레이드하고 했습니다.

하면서도 문득 이렇게까지 해야될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워크샵 후에 동료들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평을 받은 것도 이 정도까지 집요하게 좋은 경험에 집착해서 동료들에게 좋은 경험을 준 부분이었죠.

< 영혼을 불살라준 낭만의 TF동료들 >

워크샵의 고객인 동료에게 집착하기

고객 집착의 정신을 동료에게도 쏟아냈습니다. 예를 들면, 방을 배정하고 버스와 동선을 고민하고 할 때도 공급자(준비 TF)가 편하고 쉬운 방식이 아니라 동료들이 만족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어떤 요구사항들이 있는지 사전 설문을 통해 파악했습니다. 잠버릇, 선호하는 환경, 소속 팀 등을 고려해서 최대한 배려해줄 수 있도록 방을 배정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레크리에이션 팀을 짤 때도 구성원의 성향, 소속 팀원들을 일부 함께하기, 신규 입사자와 올드 멤버의 배분 등을 깊이 고민했습니다. 이 팀을 어떻게 구성해야지 짧은 시간 동안 최적의 케미를 발휘하면서 좋은 시간을 만들지, ChatGPT에 위의 정보들을 넣어서 돌려보기도 하고 TF들과 토론하기도 하면서 만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워크샵 당일에 처음 모이면 어색어색할 수밖에 없으니 사전에 1, 2번 정도의 점심 시간에 레크리에이션 팀끼리 사전 미팅도 하고 간단한 게임 등도 하면서 아이스 브레이킹 하게 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레크레이션 전체 과정을 더 투명하게 인지하고 재밌게 몰입할 수 있도록 간단하지만 멋진 앱도 개발했습니다.

덕분에 동료분들이 이 영역에서도 크게 만족했습니다. 우리 조직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만든 좋은 구성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피드백이 많이 들어왔죠.

의미를 담다

그중에서도 가장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목적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왜 이 귀한 인재들의 귀한 시간을 써서 함께 워크샵을 했는지 기억해야 합니다. 재미를 끝장나게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재미를 어떤 결에 녹여낼지 고민해야 원래의 목적인 “함께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준비”에 보탬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 목표를 테마로 녹이기
    • 논의 끝에 “함께 만드는 변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뽑고, 그걸 기반으로 모든 레크리에이션의 브랜딩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 다른 팀과의 교류
    • 평소에 많이 교류하지 못하던 팀들도 더 교류하게 하도록 다른 팀 사람들과 섞어서 레크리에이션용 한 팀이 되게 구성했습니다. 물론 너무 어색하지 않게 원래 소속 팀 사람들도 함께하게 했고, 또 업무적으로 협업할 일이 많은 팀끼리 더 섞었습니다.
  • 친구 찾기 게임으로 동료 간의 접점 높이기
    • 다른 구성원과 함께 셀카 찍어서 올리면 포인트를 획득하게 했습니다. 일부 구성원은 거의 100명 가까이 셀카를 올리는 광폭 정치 행보(?)를 보이기도 했죠.
  • 소규모 게임마다 의미 담기
    • 여러 소규모 게임마다 이 게임을 왜 하는지 설명하고 의도를 전달했습니다.
    • 방탈출은 극도의 협업을 유도하고, 길 찾기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함께 의사결정하는 과정을 녹였습니다.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하더라도 무언가 배우고 다시 시도하는 게임도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끝나고 받은 피드백에는 이러한 디테일한 노력들을 캐치해준 동료들도 많았습니다.

동료집착의 높은 기준이 만든 결과

결과는 뭐, 찢었다고 할까요? 도입부에 실린 20년 회사생활중 최고라는 피드백 외에도 많은 찬사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긴 설명을 글로 적는 것보단 잊지 못할 추억이 담긴 순간들과 행사 후에 남겨주신 피드백들을 그대로 실어보겠습니다.

재미있는 포인트는 예상대로 워크샵에 대해 기대가 적고,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있었고 (그분들은 다른 회사에서 그런 워크샵들을 경험하셨을 테니 이해가 됩니다) 바로 그런 분들이 180도 생각이 바뀌셔서 이 시간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저희가 노리고자 했던 바로 그 포인트였죠! 성공!!

물론 다 좋은 피드백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쉬운 점에 대한 내용도 있었죠. 그래서 저희의 높은 기준 추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워크샵이 끝난 뒤 모든 TF들이 다시 모여서 어떤 과정에서 무엇이 성공적이었고 무엇이 아쉬웠는지 몇시간에 걸쳐 회고했습니다. 회고를 통해 다음 행사에서는 어떤 액션을 다르게 해볼 것인지까지 정리하고, 즐거운 회식으로 화룡점정 했습니다.

‘굳이’가 만드는 한 뼘의 차이

세상에 나오는 제품과 서비스들은 평범한 것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새로운 것이 존재한다기보다 평범한 것과 그들보다 한 뼘 다른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 뼘 다른 것이 어떤 보이지 않는 고객만족에 대한 선을 넘어가는 순간 평범한 제품과 다르게 고객을 감동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동료들이 워크샵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가졌으면 하는 추억, 감정, 분위기, 생각들은 그냥 평범한 제품 같은 시간으로는 만들어줄 수 없었을겁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높은 기준을 계속 적용함으로써 특정한 선을 넘어가는 순간을 만들고, 이를 통해 우리 조직이 뭘해도 이렇게까지 잘할 수 있고, 그래서 더 ‘함께 만드는 변화’를 만들수 있을거라는 믿음을 느끼게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제품에서도, 조직 문화에서도 만들어가야 할 남다른 한 뼘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Brown
Head of Solution Biz. & CCO
강남언니팀을 더 멋지게,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매일 새로운 회사를 다니는듯 하게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