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남언니 프로덕트 디자이너 Ahka 입니다.
배경
해야 할 일은 사라지지 않고 문제는 늘 많은데 ‘나도 이런 문제가 있으니 봐주세요’ 이야기하면 얼마나 생산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까요? 심지어 그것이 처음 보는 제품이라면요?
피드백을 받으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힌트를 얻거나 못 보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피드백은 요청하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고려할 게 많은 복잡한 과정입니다. 요청하는 사람은 문제와 맥락을 적절히 설명해야 하고, 주는 사람은 충분히 이해하고 직접 해보거나 그것에 준하는 몰입이 필요합니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요함을 알기에 강남언니 디자이너는 양질의 피드백을 받기 위해 문제, 해결 방법, 피드백 요청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문제
피드백을 요청하는 사람과 주는 사람이 같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면 소소한 제약 사항은 이미 서로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핵심 내용만 전달해도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강남언니팀과 다른 병원향 SaaS 제품을 만드는 중입니다. 피드백을 요청하기 전에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와 환경의 특징을 설명해야 하고, 목적과 히스토리는 물론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까지 알려야 했습니다.
주는 사람 또한 낯선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질문하고, 디자인 시안을 만들어보거나 그것에 준하는 몰입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좋은 피드백을 주기 전에 문제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했을까요?
가설
피드백의 내용보다도 접근 자체를 가로막는 것들을 제거하는데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방법을 찾던 중 겪은 어려움을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 내용의 범위가 넓은 것
- 전달해야 하는 내용이 많은 것
- 이해하기 어려운 것
즉, 문제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 피드백 받을 범위를 작게 만드는 것
- 문제 해결과 상관없는 것은 이해하지 않는 것
- (또 하나의 일이 아니라) 가치를 느끼는 것
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한 해결책은 ‘디자인 챌린지’였습니다.
디자인 챌린지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5분 정도 문제 설명을 듣고, 10분간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풀어보는 것입니다.
해결책
1. 작게 쪼개기
먼저 디자인 챌린지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체크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간단해 보이지만 조금만 달리 봐도 큰 임팩트를 경험해 볼 수 있는 ux writing을 같이 고쳐보는 챌린지를 준비했습니다.
우선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고, 맥락을 5줄 이하로 작성합니다. 이때 정책, 기술적 제한사항 등을 함께 설명하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인지 고민하고, 아니라면 과감히 제외합니다.
좁은 영역에 맥락을 써보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문제 해결에 불필요한 내용까지 공유되고 있었구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를 더 작게 쪼개니 해결하고 싶은 것이 더 명확해진다는 효과도 있었습니다.2. 환경 만들기
만든 문제를 가지고 챌린지를 요청해야 하는데, 슬랙같이 비동기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과 같이 해야 할 일쯤으로 미뤄두거나 다른 일을 하는 중에 추가 질문이 들어오면 답변을 바로 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비동기 방식이나, 따로 시간을 마련하기보다는 디자인 챕터 주간 회의 시간을 활용했습니다. 시간 날 때 챙겨주세요가 아니라 모인 김에 하자고 접근했죠.
챌린지를 끝내고 피드백을 들어보니, 피드백을 숙제처럼 하는 게 아니라 모여서 같이 진행하니 부담이 줄었다고 해요. 또, 슬랙으로만 하면 겉핥기 식이나 타자의 입장으로만 작성하기 쉬웠는데 내 일처럼 몰입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3. 실행하기
문제를 이해한 다음으로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같은 화면 위에 각자의 영역을 만든 뒤 문제를 풀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풀면서 그렇게 생각한 이유에 대해서도 함께 정리합니다.
진행자로서 참여했을 땐 다른 분들의 엄청난 몰입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기 전에는 낯선 내용이 함축적으로 전달되어 문제에 다가가기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오히려 알아야 할 만큼만 알 수 있고, 짧은 시간 내에 집중해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
참여해 주신 분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크게 문제의 단위가 작아서 집중해야 할 부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점과 같은 문제를 다른 디자이너는 어떻게 풀어가는지, 서로의 생각을 배워가는 시간이었다는 점은 가설을 검증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엄마가 공부하라면 하기 싫기 마련인데... '언제까지 해와라' 혹은 '각각 언제까지 해보고 공유하자' 가 아니라 짤막하게 동시에 시도해 보는 거라 캐주얼하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라는 피드백이 기억에 남습니다. 밀린 숙제는 하기 싫기 마련인데, 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효용과 재미가 챌린지를 성공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개선
디자인 챌린지를 함으로서 피드백을 요청하는 사람은 문제의 핵심을 전달하는 방법을, 주는 사람은 높은 몰입과 다른 디자이너의 관점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과정 속에서 ‘결론’이라는 새로운 미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많이 받은 피드백이 ‘논의로만 끝나지 않고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알고 싶다’, ‘다양한 관점도 좋지만, 결국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요청한 사람이 무엇을 선택할지 모르겠다’였습니다. 그래서 피드백을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드백을 피드백하는 방식을 마련해 보기로 했습니다.
진행한 방법은 ‘오늘의 챌린저’를 선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챌린지 방식은 유지하고, 시간이 끝나면 각자의 디자인을 설명하고 설득한 뒤 가장 알맞아 보이는 해결책에 이모지를 붙이는 거죠.
문제를 이해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의 피드백을 설명하며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소신 있게 반대하면서도 결국 귀결되는 하나의 의견으로 채택하는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1등을 뽑는 것처럼 얻을 수 있는 가치가 구체적이고 실제로 적용되어 눈에 보이는 것일수록 높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적용
이번 챌린지는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진행했지만 사용자를 만날 때에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자세한 설명과 친절을 마련해도 피드백을 주는 사람에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겪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문제를 작게 쪼개고, 작더라도 해결에서 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면 피드백을 받는 것을 넘어 유용한 피드백 루프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0분 내로 캐주얼한 UT를 진행해 보거나, 자리에서 피드백한 것을 반영해 보여주는 것도 방법일 될 수 있겠네요.
피드백을 요청할 시간도 없고,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작게 쪼개고, 이미 확보된 시간을 사용하고, 눈에 보이는 가치를 제시해 보세요. 그럼 내 제품에 몰입하는 사람이 생길 거예요.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제품이었는데 해볼 만하다’라는 피드백을 받은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