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9년이 됐다.
위는 9년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다. 조금 민감할 수 있지만, 그동안의 주관적 고민을 담아 이 도메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풀어볼까 고민하다가, 그냥 자주 들어왔던 질문/생각/사고방식 등에 답하는 형식으로 써보았다. 실제로 초기에는 나도 똑같이 생각한 것들도 많았고, 여전히 고민인 부분들도 있지만 하나씩 솔직하게 풀어보려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아래와 같은 말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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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주어진 대로 살아야 한다. 얼굴을 고치거나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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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시술 등은 외모지상주의의 산물이고, 그것을 가속화하는 안 좋은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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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외모지상주의가 심해서 미용 시술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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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한 사람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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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좋아 보이는데 미용의료는 저랑은 상관없어 보이는 도메인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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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의료는 인류를 이롭게 하는 영역이 아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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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좋은 인재들이 모여서 굳이 성형 같은 안 좋은 영역에서 스타트업을 하죠?"
1. "사람은 주어진 대로 살아야 한다. 얼굴을 고치거나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사실 나도 똑같이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예전에는 "성형으로 인생을 바꾸려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 치부했다. 왜 자기 자신에게 만족 못하지? 공감하고자 한적 없이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내 주변 누군가가 성형을 고민한다면 그 사람의 고민을 깊이 들어보기보다 무턱대고 '성형 왜 해?'라며 말리려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 한 친구,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없고 우울해하던 친구가 어느 날 쌍꺼풀 수술을 하고 돌아왔다. 그거 하나만이 이유는 아니겠지만, 그 이후 그 친구의 표정은 달라졌다. 사실 달라진 눈매보다도 그 우울함 없는 밝게 웃는 모습이 그 친구를 더 아름다워 보이게 만든 것 같기도. 그 친구를 보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주변 그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고, 자신이 모은 돈으로, 자신을 위해 시도했고,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해져서 주변까지 밝아지게 만드는 일이... 왜 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아야 하지?'
이 질문에 대해 나 스스로 대답하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제대로 고민도 안 해보고 '성형은 안 좋은 것'이라 생각한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사람들은 자신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자신을 변화시킬 시도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축구 선수인 리오넬 메시는 성장 호르몬 주사로 키를 키웠다. 지금도 축구선수 치고 작은 편이지만 매달 주사를 맞지 않았다면 이 위대한 선수의 플레이를 우리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주어진 운명이었으니 그대로 두었어야 할까?
날 때부터 달고 있는 혹, 점등을 제거하는 사람들은 이미 많다. 치아가 타고나기에 고르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그럼에도 치아를 교정한다. 이런 것에는 관대하다. 왜 유난히도 '얼굴'에 변화를 가하는 것에만 박할까? 명확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걸까?
좋은 피부를 위해 선크림도 바르고, 더 예뻐 보이려고 화장품을 사고, 내가 원하는 눈썹 모양을 오래 유지하려고 눈썹문신도 하듯이, 필요에 따라 얼굴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꿔나가는 것은 이제는 개개인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쉽게 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2. "성형/시술 등은 외모지상주의의 산물이고, 그것을 가속화하는 안 좋은 영역이다"
이 업계에서 가장 자주 듣는 비판적 언어가 외모지상주의다. 외모지상주의란, 외모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사상 또는 정서를 뜻한다. 외모지상주의는 안 좋은 것이 맞다. 그리고 솔직히 미용의료 영역이 저 가치관과 아예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지나침이 문제다”
황금만능주의라는 말이 있다. 한탕주의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그와 연결되는 투자라는 건 무조건 안 좋은 행위일까? 돈을 투자해서 더 큰돈을 벌 수 있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결과물에 대한 지나친 집착, 찬양, 사상등이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거나 불행하게 만들면서 부정적 시각을 만들어낸다.
학벌주의가 공부는 나쁜 것을 뜻하지 않듯이 외모지상주의는 더 나은 외모를 바라는 인간의 본능을 나쁘게 뜻하는 개념은 아니다.
문제는 지나침이다. 지나친 돈/물질에 대한 추종이 황금만능주의를 낳고, 지나친 가방끈 길이 추종이 학벌주의 등을 낳듯이. 보편적으로 긍정적인 키워드인 운동, 다이어트, 친구 만나기 같은 단어들도 한도를 넘어선 지나침이 생긴다면 다 부정적이 될 수 있다. (지나친 운동으로 부상, 혹독한 다이어트로 건강 잃기, 가족/일보다 친구들과 놀기만 해서 정상적 삶을 잃기)
사람들의 안 좋은 시선이 생긴 이유들도 아마 성형수술 시장의 초기에 지나친 성형수술 결과로 인한 어떤 불편함이라거나, 혹은 지나친 수준으로 외적인 가치만 추구하는 누군가로 인해 생긴 불편한 경험들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비판받아야 한다. 돈에 집착해서 가족을 해한 사람이 있다면, 돈이 아니라 그 사람이 비판받아야 하듯이.
내가 원해서 나를 위해 모발이식 하는 사람도 정상
내가 원해서 그냥 민머리로 살겠다는 사람도 정상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민머리라는 사람도 아니라는 사람도 정상
남이 민머리 하겠다는데 그걸 가지고 자기 잣대로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평가하는 사람이 바로 비정상이다.
우리는 이런 비정상스러운 인식을 비판해야지 자신이 원하는 선택 자체를 비난하면 안 된다. (그 선택이 시대나 사회적 압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 또한 인류역사상 자연스러운 행위다)
우리는 자연에서도 아름다움을 찾는다. 상대적으로 더 아름다운 호수, 산, 바다를 그렇지 못한 자연풍경보다 더 보고 싶어 한다. 이것은 본능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외모적 아름다움이 그 인간의 내적인 가치보다 무조건 우월하다는 생각(외모지상주의)만 아니라면 외모적인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것 자체는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3. "한국 사람들이 외모지상주의가 심해서 미용 시술을 많이 한다."
반쯤은 맞는 말이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당 미용시술 경험한 사람 수는 한국이 세계 1위가 맞다.
하지만 그냥 경험한 사람 숫자로만 치면 이미 전 세계에서 꽤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미용의료 시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용의료는 이미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다.
(예: 미국 6,196,701건, 브라질 3,381,551건, 독일 1,244,466건, 태국 172,840건 등 수술+시술 기준 2023년 기준 ISAPS 조사 근거)
우리나라가 인구 대비 숫자가 많은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무쌍인 유전자가 꽤 많은 것에 비해 쌍꺼풀 있는 사람을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도 한몫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쌍꺼풀 수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수술 탑 3안에 든다. 한국만이 아님)
그런데 다른 큰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가 가장 좋은 인프라, 뛰어난 시술 실력, 저렴한 비용을 가진 나라인 것도 있다.
동일한 시술 비용이 옆나라 일본으로 가면 크게는 5배 이상 비싸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가장 보편적인 보톡스 시술의 경우, (제조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국에서는 요즘 한 부위에 3만 원~5만 원으로도 가능한데 일본에서는 20만 원~40만 원 가까이한다.
게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이유를 설명하려면 한국 미용의료 시장과 건강보험, 의료수가 이야기까지 해야 해서 여기서는 줄임) 한국은 최고의 의사들이 미용의료를 전공하면서 최고의 기술과 장비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아니,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웬만한 나라들보다 훨씬 저비용으로 할 수 있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안 해볼 이유가 없다.
당신이 세계 최고로 마사지를 잘하는 태국에 사는데, 심지어 다른 나라들보다도 훨씬 저렴하고 도시 곳곳에서 받을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면? 마사지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경험해보지 않을까?
4. "성형한 사람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
예전에는 그런 경향이 있었다. 아마 미용의료에 불편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시장 초기에 벌어진 현상이라 생각한다. 어떤 기술, 제품, 패션 계열이든 유행이 초기에 시작될 때는 뭔가 지나칠 정도로 똑같은 것들이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그러한데 각자가 개인에 맞는 다양한 패션을 즐기기보다 철 따라 다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제품을 쓰고 하는 현상이 존재한다.
성형수술도 그랬던 것 같다. 기술은 이제 막 초입 단계라서 개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눈에 띄는 변화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모든 사람에게 같은 형태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을 거라 본다.
게다가 지나침의 영역도 있었다. 멋진 명품 가방하나에 자기만의 스타일로 입은 사람은 패셔너블한 사람이지만 자기 멋이 뭔지 모른 채 지나치게 명품으로 도배하고 로고플레이만 하는 사람을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듯이. 초기에는 지나치게 많이 고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바뀌고 있다. 요즘은 점점 더 많은 수술/시술들이 최소한의 개입으로 적절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본래 얼굴과 어떤 조화를 만들어낼지 고민해서 실행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비슷하게 만드는 수술들도 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최소한의 시술로 대치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것도 시장이 발전하고, 공급자 마음대로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를 더 잘 이루는 것이 시장에서의 성공 방정식이 되어가면서 점점 진화하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추정치로는 서울에 살고 있는 20-30대 여성의 20%는 미용의료시술을 1번 이상 경험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에 똑같이 생긴 사람이 5명 중에 1명씩 있지는 않다. 다들 각자의 매력을 옷. 화장. 머리스타일. 시술등 여러 방법으로 찾아가고 있다.
5. "회사는 좋아 보이는데 미용의료는 저랑은 상관없어 보이는 도메인 같아요"
인재 영입을 위해 뛰어다니다 보면 많이 듣는 말이다. 그런데 보통 2가지 논리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첫 번째, 이미 이 도메인은 주변에 스며들어왔다는 사실이다.
"아니, 이렇게 남자들이 많다고?" 2016년도, 강남언니 이직 후 처음으로 피부클리닉에 갔을 때였다. 생각보다 많은 남자분들이 그곳에서 대기 중이었다. 데이터로도 그랬지만 실제 방문해서 보니 충격이었다. 나만 몰랐나? 강남언니 CTO가 시술 한 번 안 받아보는 건 어색하다 느껴서 가장 남자들이 많이 받는 보톡스와 레이저제모를 받아보기로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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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제모는 내 데일리 라이프를 완전히 바꿔주었다. 더 이상 하루에 2번씩 하던 면도를 아예 하지 않는 삶이라니? 면도로 인한 상처 생김도 사라졌고, 무엇보다 수염자국이 사라지면서 피부도 더 뽀얘지고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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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보톡스는 중학생 때부터 나의 컴플렉스였던 깊은 이마 주름을 가려주었다. 나를 10살은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하던 문제가 사라지자 거울을 볼 때마다 행복도가 높아졌다.
두 시술로 인해서 매일 시간도 아끼고, 훨씬 동안이 되었다 (사실 그렇게 해서 겨우 얼굴나이랑 실제나이가 비슷해졌다는 사실...)
내가 경험했듯이 이런 기술들은 우리의 삶을 꽤 의미 있는 수준으로 바꿔주고 있다. 아예 관심 없는 남자 개발자분이라면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자친구나 아내, 여동생과 엄마와 같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꽤 일상적인 서비스가 되었을 확률이 크다.
두 번째, 시장의 변화 속도로 인한 고객층의 확장이다.
모발이식이라는 기술이 대중에게 제대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수십 년 된 기술이 아니다. 바꿔서 말하면 미용의료 영역에 이 기술이 등장하면서 탈모라는 난치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갑자기 이 시장이 자신과 가장 밀접한 시장이 됐다. 이 영역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면서, 고객층을 확장하고 있다. 조만간은 줄기세포치료와 같은 안티에이징에서도 큰 변화의 물결이 올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또 5년, 10년이 지났을 때는 그 누구와도 아예 상관없는 도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6. "미용의료는 인류를 이롭게 하는 영역이 아니지 않나요?"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는 강남언니를 만드는 힐링페이퍼라는 회사의 미션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질문이, '의료서비스면 나중에는 다른 의료 쪽도 확장할 것이냐?' 같은 질문이다. 보통 이런 질문에는 미용의료보다는 보편적인 의료(암을 치료하고, 에이즈를 치료하고, 많은 병을 치료하면서 죽을 사람도 살게 하는 쪽의)가 더 인류를 이롭게 하기에 더 미셔너리하고 추종하기 좋다는 생각이 기저에 있을 때가 많다.
당연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대해서도 2가지 정도 포인트로 얘기해보고 싶다.
하나는 인류를 이롭게 한다는 개념에 대해서다.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거나, 지구환경을 구하거나, 인류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거나 하는 영역이 물론 위대하고 중요한 미션임은 맞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들 중에는 그것보다 덜 거창해 보여도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 많다.
송금을 간편하게 한 토스도, 중고거래를 더 쉽게 할 수 있게 만든 당근도, 더 장기적이고 거대한 미션도 있겠지만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해주고 있다.
게다가 초기에는 작게 시작했던(당연히 살아남기 위한 뾰족함으로) 이 서비스들도 이제는 점점 더 커지면서 금융을 혁신하고, 당신 근처를 더 따뜻하게 만든다는 미션들을 향해 점점 더 의미 있게 걸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들도 충분히 인류를 이롭게 하는 여정의 발자국이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미용의료 영역에서의 우리의 여정도 초기에는 미약하지만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강남 지역의 성형수술병원을 비교해 주는 수준으로 시작했던 서비스가 10년이 지난 뒤에는 한국과 일본 전국의 성형 및 시술 병원들을 비교할 수 있게 해 주고 또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이런 시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더 큰 편의성, 더 큰 만족감을 느끼면서 한 뼘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소비가 올바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투명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사람들의 경험을 공유하며 공급자들 간의 의미 있는 경쟁이 이루어지게 하고 있으니 얼추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있는 중이지 않을까.
두 번째는 5번에서 얘기한 것과 동일한 미용의료 기술의 발전이다.
아마도 처음에는 작은 영역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흉터를 조금 덜 심하게 보이게 하는 수술 등이 핵심인. 하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간이 바라는 대부분에 변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미래에는 망가진 피부를 완벽히 재생하거나, 탈모로 사라진 모발을 되살리거나, 임신 출산 후 달라진 몸을 훨씬 쉽게 회복하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영역이 '자연스럽게 늙어야지'라는 철학과 또 상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사상들의 충돌과 고민은 인류 역사상 계속된 일이다. 자연스럽다의 정의는 매우 어렵다.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1960년 52.4세에서 2016년에는 82.4세로 30년이 늘었다. 인류는 수십 년 전 버전의 '자연스러운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고 생명 연장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어찌 되었건 이런 고민들이 정반합 되면서 미용의료의 영역도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어떤 기술이든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사이드이펙트를 낳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분명 인류를 더 이롭게 하는 길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 왔듯이 말이다.
##### 7. "왜 좋은 인재들이 모여서 굳이 성형 같은 안 좋은 영역에서 스타트업을 하죠?" 대망의 처음이자 마지막 질문이다. 실제로 어떤 분이 우리 회사 유튜브에 남긴 꽤 공격적인 질문이었다.
‘안 좋은 영역’이란 정의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성형이 가진 부정적인 의미에 대한 우려라면 위에서 설명한 것들로 인해 이것이 그저 안 좋기만 한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질문에 답변해 보자면, 그것은 이 시장이 계속 성장하면서 많은 고객들이 다양한 가치를 얻기 위해 존재하며,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면서 성장하는 시장인지는 이미 위에 설명했으니, 이번에는 문제에 집중해 보겠다.
의료시장은 다른 나라도 그렇듯 한국에서도 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시장이다. 이유는 의료 기술에 대한 지식이 매우 고급 지식이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기에 태생적으로 공급자 중심적이기 쉽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자동차 정비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 혼자 힘으로 좋은 정비소를 찾아서 적절한 가격으로 알맞은 서비스를 받기 어렵듯이, 의료 영역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자동차 정비 시장에서 좋은 플랫폼이었던 카닥이 강남언니의 초기 레퍼런스였다)
미용의료 시장은 여기에 시장경제 개념이 더해져서 독특한 시장이 되었다. 의료기술이지만 건강보험에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본인부담형 선택의료 영역이기에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가지는 어려움과 시장경제 속 자율경쟁이 가지는 복잡성이 더해진 것이다. 경쟁 우위에 오르기 위해서 몇몇 병원들은 큰 자금을 바탕으로 옳지 않은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거짓으로 병원을 마케팅하고 알 수 없는 가격정책으로 고객을 혼란케 하는 경우들이 초기에 매우 성행했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는 말로 유명한 용상전자상가 시절 안 좋은 상술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좋은 인재들이 필요하다. 시장이 가진 복잡성과 난이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해결하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의료 시장의 파트너들과 좋은 상호 협력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IT 기술을 접목시켜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시작은 마케팅 영역으로 작게 했지만, 이제는 병원 운영 전반에 걸친 변화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병원 경영을 지원하기도 하고, 병원에서 쓰는 IT 솔루션에도 혁신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글로벌로도 진출하면서 더 다양한 시장에서 계속해서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 이런 일들은 분명히 어렵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큰 가치를 만들게 될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치열하게 일하지 않고서는 절대 만들지 못할 변화다.
마무리
위 질문에 나름의 대답을 하기까지 스스로도 많은 시간과 고민이 있었다. 9주년쯤 되고 나서야 누군가와 이런 주제로도 거리낌 없이 토론할 수 있게 되었으니.. 여전히 부족한 주관도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생각이 꽤 단단해졌다.
세상에는 거대한 흐름이 있다.
누군가는 상상도 못 하겠지만 한때 해외여행은 사치의 일환으로 여겨지며 정부에서 관리되기도 했었다.
미니스커트는 퇴폐적인 복장이라 치부되며, 경찰들이 치마길이를 단속하던 시절도 존재했다.
만화나 게임은 사회적인 악으로 치부된 적도 있었고, 아이돌이 음악업계를 망친다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철 지난 과거의 일이 되었다. 여행이나 미니스커트는 보편적 일상이 되었고 만화나 게임, 그리고 아이돌은 한국발 글로벌 사업의 핵심이 되고 있다. BTS 보고 딴따라라는 차별적 발언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미용의료도 어떤 큰 흐름이라 생각한다. 꽁꽁 숨겨져야 했던 시술했다는 사실이 이제는 연예인들도 유튜브에서 공유하고 필러나 레이저기기 광고모델을 하는 세상이 되었다.
얼굴과 몸을 자신이 바라는 대로 변화시키고 피부와 신체의 노화를 늦추거나 하는 기술의 흐름도 막을 수 없는 시대 흐름의 일부라 생각한다. 모바일의 흐름, AI 흐름들처럼 이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보다는 그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잘 소비하며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주가 돼야 한다.
그렇게 강남언니 팀은 이 시장을 선택했고 변화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업계 최초로 고객이 병원을 평가할 수 있게 만들었고, 진짜 후기를 거르기 위해 영수증을 첨부하거나 AI를 사용하고, 복잡한 시술정보를 표준화해서 고객들이 쉽게 비교 가능하게 하고, 앱 진입시부터 모든 시술가격에 VAT를 포함해서 진짜 가격을 노출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 한 병원의 상담실장님을 인터뷰할 때, 비용을 고객마다 다르게 할인해 줄 수 있는 자유도가 있는지 물어보니 이렇게 답하셨다. > **"네? 이제 강남언니 때문에 금액 바꾸고 이런 거 절대 못해요. 전부 정찰제로 통일이에요"**
이 시장을 조금씩 바꿔보려고 오랜 시간 달린 한 사람의 가슴속이 뿌듯해졌다.
우리 팀은 앞으로도 각자에게 필요한 미용의료 기술을 그들이 투명하게 이해하고, 적절한 가격으로 선택하며, 그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주며,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