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ma Config 2026 현장에 다녀온 강남언니 디자이너의 인사이트

매년 피그마가 여는 컨퍼런스, 컨피그(Config) 2026에 강남언니 디자이너 네 명이 다녀왔습니다. 플랫폼 디자이너 두 명, 프로덕트 디자이너 두 명. 서로 다른 직군에서 같은 컨퍼런스를 보면 무엇이 다르게 보일까, 그 관점을 겹쳐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팟캐스트처럼 마주 앉아 생생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잘 정리된 결론보다, 각자의 관점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를 생생하게 듣고 싶었거든요.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는 컨퍼런스였지만, 현장의 열기와 반응을 직접 이야기해보기로 했어요.
먼저, 각자 소개부터 해볼까요?
피카 안녕하세요, 프로덕트 디자이너 피카예요. 작년에는 Craft의 가치*를 배우고 왔었는데, 올해는 또 어떤 것을 알게 될까 하는 마음으로 다녀왔어요.
*작년 Craft 가치에 대한 인사이트를 피카가 작성한 글: 강남언니 디자이너가 이야기하는 Figma Config 25
리유 저는 디자인 시스템을 맡고 있는 리유예요. 시스템을 어떻게 잘 만들고, 팀 안에서 잘 쓰이게 할지를 늘 고민해요. 이번 컨피그도 그 관점으로 보고 왔어요.
키위 프로덕트 디자인과 플랫폼 디자인을 같이 하는 키위예요. 저는 개발자 출신이라, 직군의 경계가 흐려지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션 오늘 진행을 맡은 프로덕트 디자이너 션이에요. 출장 갔다온걸로 이렇게 떠들어도 되나 싶지만, 각자 본 게 다르니까 겹쳐 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시작해볼게요.
기대 없이 갔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션 솔직히 저는 기대를 거의 안 하고 갔어요. 피그마 보다는 클로드 코드를 더 많이 쓰고 있고, 이미 나올 기능은 다 나온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예상했던 것 보다 너무 좋았어요. 피그마의 방향성을 찾은거 같았거든요. 피카는 어땠어요?
피카 저도 기대가 낮았어요. 작년이 상장하기 전이라 피그마의 최고점이라는 이야기도 많았고, 비슷한 펜슬이란 툴도 나오면서 위협받는 상황이고, 상장하고는 주식도 많이 떨어졌잖아요.
션 맞아, 내 주식 어떡할 거야. (웃음)
피카 그래서 열기도 참석도 적을 거라 생각하고 갔는데 오히려 반대였어요. 작년에 일단 오픈했던 기능을 다 수습하고, 원래 가져가야 했던 근본적인 기능에 집중해서 방향을 잘 잡은 느낌이었어요. 작년이 화려함이었다면, 올해는 확신이었어요.
리유 저는 이번에 컨피그가서 디자인 시스템을 어떻게 잘 만들고 쓰는지 듣고 싶은 기대가 컸어요. 그 기준으론 다른 분들보다는 만족도가 좀 떨어졌어요. 깊은 얘기보다 기본적이고 당연한 얘기가 많아서 살짝 실망했거든요. 그래도 유의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특히 시스템을 잘 활용할 진입점을 많이 열어준 게 좋았어요.
키위 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이자 플랫폼 디자인도 하고 있지만, 개발자 출신이라 경계가 점차 없어지는 요즘 트랜드대로 오픈 마인드로 들어보려고 했어요. 새 기능들이 직군의 경계를 낮춰주는 느낌이라 흥미로웠어요. 모든 사람이 피그마에서 모든 걸 다룰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거든요.
올해의 단어는 'Organic Design'이었어요

션 작년과 크게 달라진 건 개발자 세션이 아예 사라졌다는 거예요. 작년엔 DEV 카테고리가 따로 있었는데, 올해는 개발자를 위한 이야기가 없었어요. 디자인의 본질, 일의 프로세스 아니면 메이커 관점에서 경계가 사라지는 주제들이었어요.
피카 계속 듣다 보니 유난히 많이 들린 영어 단어가 있었어요. 'Organic Design'. 작년엔 'Craft'였거든요. 어떤 세션에선 "나 이제 craft랑 taste 쓰면 한 번씩 지적해줘" 하고 농담할 정도로 작년 컨피그 이후로는 회자될 정도로 많이 썼는데, 올해는 오가닉이었어요. 오가닉 하면 유기농, 건강한, 그런 느낌이잖아요.
션 저는 '살아 숨 쉬는'으로 해석했어요. 이제 디자인은 정지된 화면에서 끝나지 않아요. 손끝에서 반응하는 인터랙션, 살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까지가 디자인 완결점으로 보는거예요. 원래는 디자이너가 정지된 화면을 설계하면 개발자가 움직이는 화면으로 구현했잖아요. 그러면서 서로 화면을 만져보면서 그 느낌을 찾기 위해 코드에서 수치를 바꾸고 빌드해서 다시 보면서요. 그런데 그 과정이 이제 피그마 캔버스 안에서 다 되는 거예요.
정지된 화면을 넘어서 — 코드 레이어와 모션
Code layers Figma Motion Shaders Generative plugins

피카 올해 새로 나온 기능은 크게 두 갈래로 봤어요. 하나는 코드 레이어(Code Layers). 캔버스의 디자인 레이어를 클릭 한 번으로 인터랙티브한 코드 레이어로 바꿀 수 있어요. 코드로 된 화면이 캔버스 위에서 그대로 움직이고 터치도 돼요. 테스트 앱에 들어갈 필요 없이 개발된 걸 캔버스에 꽂아서 바로 보는 거죠. React·CSS·JSON으로 내보내는 것도 지원 예정이고요. 애니메이션도 개발자한테 말하기 전에 내가 여기서 맞춰보고 "이대로 개발해주세요" 할 수 있어요.
리유 화면의 케이스를 다 뽑을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예전엔 데이터 있을 때, 없을 때, Empty 화면까지 다 그렸어야 했는데, 코드니까 그 경우들을 다 볼 수 있는 거죠.
션 나머지 하나는 피그마 모션(Figma Motion)이에요. 캔버스에 타임라인과 키프레임이 생겼어요. 다들 학교다닐 때 애프터 이펙트 다 만져봤잖아요. 한 프레임씩 만지다보면 작업하는 건 엄청 오래 걸리는데 결과는 3초. 공감하는 경험이 다 있었을꺼에요. 그걸 피그마에서 손쉽게 만들고, 컴포넌트에 애니메이션을 걸면 그 컴포넌트를 쓴 모든 파일에 자동으로 적용돼요. Dev Mode에서 코드로도 변환되고요. 완성도를 끝까지 끌어올리는 게 결국 애니메이션이니까, 그것까지 다 된다는 점에서 이게 오가닉이고 크래프트의 연장선이구나 싶었어요.

키위 그 외에도 결이 비슷한 게 많았어요. 노드 기반으로 생성형 워크플로우를 짜는 Weave, 원하는 걸 설명하면 만들어지는 셰이더 채우기·효과, 도구를 말로 설명하면 뚝딱 나오는 생성형 플러그인까지. 결국 개발이 더 이상 '별도의 작업'이 아니게 된 거예요. 깃을 쓰는 방식, 코드 베이스로 일하는 방식이 피그마 안에서도 비슷하게 돌아갈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피그마의 구조가 코드의 품질을 좌우한다'는 얘기도 나왔거든요. 내가 레이어 구조를 얼마나 잘 짜느냐가 결국 코드 품질로 이어진다는 거예요. 그러니 더 잘 설계하는 걸 계속 익혀나가는 게 우리는 중요해질 것 같아요.
디자인 시스템은 '합의된 결정'이더라고요

션 리유는 디자인 시스템 세션을 위주로 많이 봤죠. 뭐가 제일 인상에 남았어요?
리유 노션이랑 메타요. 노션은 만드는 사람 관점, 메타는 AI가 쓰는 관점인데, 서로 반대편에서 출발해서 결국 같은 결론에 닿더라고요. AI 시대의 디자인 시스템은 AI가 제대로 쓸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는 거요.
션 오 신기하네요. 다른 지향점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엔 어떤 지점에서 만났는지가 궁금한데요?
리유 먼저 노션은 '미트볼' 얘기로 시작해요. 같은 기능의 버튼이 수십 개씩 있고 인라인 스타일이 여기저기 흩어진, 완전히 엉킨 레거시 덩어리를 자기들끼리 미트볼이라 부른대요.
션 아니 노션이라면 문서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툴로 인식되어있는데 디자인 시스템은 깔끔하지 않았군요.(웃음)
리유 그래서 여기서 언급한 문장이 오래 남았어요.
"레거시가 많다는 건, 그동안 치열하게 합의하고 고민한 결정이 그만큼 쌓였다는 증거다."
그러니까 디자인 시스템은 컴포넌트 라이브러리가 아니라, 팀이 오랜 시간 합의해온 공유된 결정(shared decisions) 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노션은 컴포넌트를 갈아엎는 대신 결정의 기준과 프로세스부터 다시 만들었대요. 파운데이션 재설계, 아이콘 전체 재작성, 디자인과 코드 자동 동기화까지요.
피카 저도 같이 세션을 들었는데요, AI를 많이 쓰고 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관점에서는 그 규칙을 지키게 만드는 방법 얘기가 좋았어요.
리유 맞아요. 그걸 '강제의 스펙트럼'이라고 부르는데, 단계가 있어요. 처음은 부탁 — 문서, 공지. 안 읽으면 그만이죠. 다음은 유도 — 린트 경고, 취소선 태그. 서서히 인식시키고요. 마지막이 강제 — 테스트, PR 병합 차단, 그리고 'ratcheting'이라고 나쁜 패턴 개수를 추적해서 오직 줄어들게만 막는 방식, 심지어 'Doug'라는 봇까지요. 여기서 제일 와닿은 말이 있었어요.

"AI는 슬랙도 안 읽고, 문서도 안 읽고, 린트 경고도 무시한다."
사람한테 통하던 부탁이 AI한텐 안 통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디자인 시스템도 좋은 방법을 알려주는 데서 끝나면 안 되고, 그 방법 말고는 못 고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올바른 길을 가장 쉬운 길로 만드는 것.
리유 그런데 마지막 슬라이드가 의외였어요. 그렇게 강제 얘기를 하다가, 체크박스 테두리를 1px로 할지 2px로 할지를 두고 슬랙 메시지 70개가 오간 이야기로 끝나요.
션 얄짤 없다가 갑자기 인간미가 느껴지는데요.(웃음)
리유 그쵸(웃음) 결론도 인간미를 가미해서 1.5px로 결정했대요. 하지만 여전히 0px이 낫다는 사람도 많대요. 곱씹어 보니 이런 뜻이더라고요.
시스템은 결정된 걸 일관되게 실행하기 위한 거지, 무엇이 좋은 디자인인지를 대신 정해주진 않는다는 거예요. 좋은 디자인은 여전히 관찰하고 토론하고 부딪히는 끝에서 나오고, 그 논쟁이 제품의 개성, 제품의 소울이 되는 거고요. 그 낭만이 좋았어요.
키위 저도 디바이더 컴포넌트 하나 설계하는데도 엄청 논의가 길어졌던게 생각나는데요, 그런게 올바른 방향이었네요.
리유 근데 메타는 정반대에서 이야기가 시작해요. AI가 디자인을 만들면 늘 이상하게 나온다고요. 그걸 'AI 슬롭'이라 불렀어요. AI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우리 시스템을 몰라서, '적당히 비슷한 것'과 '정확히 맞는 것'을 구분 못 해서래요. 그래서 품질 문제를 기술 문제가 아니라 컨텍스트 문제로 정의했어요. 해결법은 과학적이었어요. MCP로 컬러·타입·컴포넌트뿐 아니라 문서, 콘텐츠 기준, 일러스트까지 다 넘기고, '골든셋'이라고 테스트 케이스를 대량으로 돌려서 어디서 틀렸는지 찾아 다시 프롬프트하고요. 정확도 80% 목표로 반복해서 87%까지 올렸대요. 좋은 프롬프트를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데이터를 만드는 싸움이라는 거예요.
키위 그 스택 얘기도 나왔죠.
리유 네. AI가 갑자기 에이전트가 되는 게 아니라, 충분한 Context 위에서 Skills를 배우고 그다음 Agent가 된다는 구조요. 기반이 되는 게 컨텍스트인데, "디자인 시스템이 AI가 소비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면 모래 위에 짓는 것"이라고 했어요. 명시하지 않은 건 AI가 알아서 채우는데, 그 기준이 우리 시스템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학습한 평균적인 UI라는 거죠. 결국 노션은 "AI가 규칙을 우회하니 강제해야 한다", 메타는 "명시 안 하면 멋대로 채운다"고 했는데, 같은 말이에요. 디자인 시스템의 진짜 산출물은 AI가 소비하고 검증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는 것.
션 노션과 달리 디자인 시스템의 사용자를 AI로 보는군요?
리유 맞아요, 저는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엔 디자인 시스템의 역할이 재사용 가능한 UI를 만드는 거라고 봤는데, 이제는 AI가 읽을 수 있는 구조, 판단할 수 있는 규칙, 검증할 수 있는 기준. 이것들이 컴포넌트만큼 중요한 산출물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동시에, 무엇이 더 좋은 경험인지 고민하고 토론하는 일만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더라고요.
피카 그 지점에서 맥락을 쌓아가는 과정은 우리(힐링페이퍼)랑 다르지 않았어요. 그 치열함을 즐긴다는 거예요. 우리는 그걸 스레드 불타기 시작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걸 유쾌하게 얘기하더라고요. 만드는 사람들이 저런 마음이면 회사 다니기 재밌겠다, 저도 같이 디자인을 만들고 공통의 약속으로 쌓아가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맥락을 다 때려 넣으면, 오히려 나빠져요
션 피카는 뭐가 제일 인상 깊었어요?

피카 'Agentic Workflow & MCP' 세션이요. 구글이 낸 백서에 나온 장표를 보여줬는데, 바이브 코딩과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을 비교한 거였어요. 초반에 비용 안 들이고 프롬프트만 막 넣으면 결과가 빨리 나와요. 그런데 어느 지점을 지나면 품질이 무너지고, 고치는 데 시간을 훨씬 더 쓰게 돼요. 반대로 초반에 엔지니어링을 잘 해두면 AI가 알아서 자정 작용을 해요. 내가 말 안 해도 "이거 잘못됐네" 하고 스스로 되돌리고요.
피카 그러니까 우리가 다 '바이브 코딩'이라 부르던 걸 사실 두 갈래로 나눠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에이전틱 엔지니어링 쪽으로 가려면 전제가 하나 있대요. 의도예요.
션 AI를 잘 쓰는데 맥락을 잘 알려주는게 중요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의도가 더 핵심이었군요.
피카 맞아요. AI가 100을 곱해준다 해도 내 의도가 0이면 결과도 0이고, 의도가 풍성하면 결과도 풍성해진다는 거죠.
션 의도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정도로 중요하군요.
피카 그런데 우리는 자꾸 반대로 해요. 맥락을 넣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온갖 걸 다 때려 붓죠. 그럼 AI가 읽는 문서가 7px로 보일 만큼 빽빽해져서 오히려 결과가 안 나와요. 예시가 재밌었어요. 치즈 샌드위치를 부탁하면서 빵의 역사, 치즈의 역사, 쌓기의 물리학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그냥 "빵, 치즈, 빵" 쌓으라는 게 제일 직관적인데.
리유 그거 방금 메타 얘기랑 연결되네요. 맥락을 압축해서 주는 거요.
피카 맞아요. 세션에서도 그게 나왔어요. 맥락을 가장 간단하게 압축해주는 게 디자인 시스템이라고요. Value, Token, Component 중에 컴포넌트는 그 모든 걸 함축하고 목적성까지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컴포넌트 단위로 알려주는 게 AI한테 가장 맥락적이고, 결과값도 훨씬 좋대요. 그리고 이분은 그 컨텍스트를 전부 피그잼에 넣어서 관리했어요. MD나 레포는 한눈에 안 보이니까, 큰 섹션에 나눠 담고 각 에이전트가 자기 섹션만 보면서 "이거 바뀌었네, 스킬 업데이트해야겠네" 하게 만들었대요.
션 다른 관점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모든 이야기에서 관통하는 지점이 있네요. 아, 그리고 이분 디자이너가 아니라면서요?
피카 네, 엔지니어 출신이에요. 그런데도 마지막 말이 좋았어요. "놓지 마라." 요즘 '인지적 항복'이라는 말 쓰잖아요. AI가 해주니까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거요. 잘 나왔으니 됐지 뭐, 하고 원리를 안 궁금해하는 거. 거기 빠지지 말고 계속 맥락을 쥐고 있으라고요. 그래야 결과를 이해하고 다음을 고려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1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했을 때, 이쪽으로 계속 사고해야겠다 싶었어요.
션 우리는 맥락을 놓지 말아야하고, AI에게는 우리의 의도를 잘 전달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게 참 흥미롭네요.
디자이너는 사람이 길을 잃지 않게 돕는 사람이에요

션 키위는 오픈 마인드로 갔다고 했잖아요. 직군의 경계 없는 관점으로 봤을 땐 어떤 세션이 인상에 남았어요?
키위 앤트로픽 콘텐츠 디자인 총괄이 한 'Writing for Humans in an AI World'요. 라이팅 세션인데 디자인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어요.
션 제목만 보고 그 세션은 콘텐츠의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줄 알았어요(웃음)
키위 디자이너의 특별한 역할은 사람들이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잘 헤쳐나가도록 돕는 거래요. 특히 지금은 기술이 너무 빨리 바뀌어서, 사용자가 생각하는 AI의 능력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이 계속 벌어져요. 이걸 'capability gap'이라 부르는데, 디자이너가 그 간극을 좁혀주는 사람이라는 말이 와닿았어요.
션 그 간극, 우리도 매일 느끼잖아요. 되는 줄 아는데 안 되고, 되는데 못 찾고.
키위 맞아요. 좁히는 방법을 두 가지 들었어요. 하나는 사람들이 기능을 못 찾을 때 어포던스를 더해주는 거예요. 앤트로픽 커넥터가 처음 나왔을 땐 3~4번은 클릭해야 나오는 곳에 숨어 있었대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미 채팅창에 "미팅 잡아줄 수 있어?", "프로젝트 관리 도와줄래?" 하고 치고 있었던 거예요. 기능을 원한다는 신호였죠. 그래서 그 기능을 채팅 안으로 끌어와 바로 보이게 했대요.
피카 사용자가 이미 채팅에 치고 있었다는 게 좋은 힌트네요. 로그만 봐도 보이는 신호였을 텐데.
키위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기능을 이해 못 할 때 멘탈 모델을 설계해주는 거예요. 클로드 코드를 코딩 말고도 쓰게 되면서 독립된 기능으로 이름을 붙여야 했는데, 그때 다들 'XX 에이전트'라고 부르니까 'Claude Agent Mode'로 갈 뻔했대요. 그런데 "당신이 원하는 AI와의 이상적인 관계는 뭐냐"고 리서치해보니, 사람들은 알아서 다 해버리는 자율 에이전트보다 내 능력을 넓혀주고 더 유능해진 기분이 들게 하는 도구를 원했대요. 그래서 '같이 일한다'는 멘탈 모델을 담아 'Claude Cowork'라고 지었고요. 이름 하나에 사용자가 AI와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지를 설계해 넣은 거예요.
리유 앤트로픽은 이름 하나에 그 고민이 다 들어간 거네요.
션 이제야 'Writing for Humans in an AI World' 세션의 제목이 이해되네요(웃음)

키위 네. 언어랑 UXR이 디자인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였어요. 이 내용도 좋았는데 디자인 가치의 본질을 다루는 얘기도 있었어요. "design encodes values", 디자인은 가치를 담는다는 거요. 산업혁명 뒤에 도로가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되고, SNS 붐으로 끝없는 스크롤과 참여 알고리즘, 숏폼이 default가 됐잖아요. 만든 사람들이 해를 끼치려던 건 아닌데, 그 패턴이 반복되고 퍼지면서 보행자가 불편한 도시, 집중력이 무너진 사람들을 남겼다는 거예요. 그러니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어떤 가치를 제품에 담고 싶은지 계속 물어야 한다고요.
피카 숏폼 얘기 뜨끔하네요. 아무도 나쁘게 만들려던 건 아닌데 결과는 그렇게 됐다는 게.
션 디자인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는 걸 여기서 다시 깨닫네요. 그만큼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하단 이야기네요.
그래도 우리, 이상한 거 많이 만들어야 돼요

션 제일 기억에 남은 건 피그마 디자이너 애드보킷 루이스(Luis Ouriach)의 크리틱 세션이었어요. AI 시대엔 레퍼런스를 잔뜩 보고 패턴을 찾잖아요. 그러다 보면 별로 좋지 않은 경험인데도 "다들 이렇게 쓰니까" 하고 같은 패턴으로 만들어버려요. 루이스는 디자이너가 존재하는 이유는 어떤 '느낌'을 전하려는지에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솔루션만 좇다 보니 그걸 잊는다는 거죠.
피카 그래서 제목답게 온갖 브랜드랑 제품을 다 크리틱하면서 깠어요. "여기 쉐브론 아이콘 사이즈 다른 거 봐라, 너네 뭐 하는 거냐" 하면서 본인이 만들고 있는 피그마까지 크리틱했는데, 결론은 이랬어요.
"그래도 우리, 이상한 거 많이 만들어야 돼."
션 맞아요. 과거에는 참 이상한 것도 많이 만들면서 지금도 회지가 많이 되잖아요. 우리가 매번 솔루션만 만드는데 집중하다보니까 디자이너도 문제만 해결하기 위해 비슷한 결과물만 계속 나오게 되는거라며 남긴 문장이었어요.
You can't skip the fundamentals, but don't forget the feeling.

리유 결국 기준과 원칙을 AI에게 계속 학습시키고 만들어가는 역할이 디자이너한테 있지 않을까 싶어요.
션 이야기하다보니까 각자의 관점에서 보고 들었지만 디자이너의 역할과 방향 그리고 깨달은 건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나게되는게 참 흥미롭네요.
피그마가 이번 컨피그에서 남긴 한 문장이 있어요.
"어떤 도구도 아이디어가 나아갈 수 있는 곳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우리가 나눈 것도 결국 도구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도구가 좋아질수록, 무엇을 왜 만들고 싶은지가 더 중요해진다는 것.
노션이 체크박스 테두리 0.5px 차이를 두고 그렇게 치열하게 논의하던 모습처럼요. 도구가 아무리 좋아져도, 그 '느낌'을 쥐는 일만큼은 여전히 우리 몫이라는 것. AI시대에도 그게 디자이너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