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남언니 프로덕트 디자이너 Summer입니다. 강남언니 광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병원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보통 ‘강남언니’ 하면 강남언니 앱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어? 왜 강남언니에서 B2B 이야기를 하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강남언니는 미용의료 병원과 고객을 잇는 플랫폼입니다. 넓게 보면 강남언니 서비스는 고객이 사용하는 강남언니 앱과, 강남언니에 입점한 병원 고객이 사용하는 B2B 프로덕트인 ‘파트너병원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파트너병원 페이지를 이용하는 고객의 흔적을 발견하기 위해 시도했던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강남언니 앱에는 고객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여러 장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파트너병원 페이지’라는 프로덕트에서 병원 고객의 흔적을 찾기 위한 장치는 아직 부족한 상태입니다. 디자이너는 파트너병원 페이지의 고객 경험을 설계할 때, 병원 고객에 대한 학습이 부족한 상태로 직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기본은 고객으로부터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트너병원 페이지에서도 고객의 흔적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는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원칙 설정
고객의 흔적을 확인하는 방법들은 이미 시장에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의 상황에 알맞은 방법을 찾기 위해 원칙을 설정했습니다.
-
고객을 최대한 자주, 주기적으로 만나야 한다
-
고객은 직/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간접적인 방법에 집중한다
이러한 원칙을 설정한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모든 환경이 비슷하겠지만, 디자이너는 24시간 고객을 볼 수 없습니다. 직접 만나면 시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간접적인 방법의 우선순위가 더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업 고객은 일할 때 우리의 제품을 사용하고, 정해진 시간에 일합니다. 저는 고객이 가능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고객을 관찰하고 싶었습니다.
- 고객이 겪는 문제는 고객이 원하는 것과 항상 같지는 않습니다. 고객을 직접 만나면 원하는 것을 청취할 수 있어 유익하지만, 직접적인 방법만으로는 고객이 겪는 문제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 기업 고객과 직접 만나기 위해 인터뷰 일정을 잡으면 기업의 책임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직접 제품을 활용하여 실무를 하는 고객을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고객을 직접 만나는 것이 오히려 실제 고객을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했고, 현재는 고객을 파악하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 고객센터 응대 기록 확인
B2B 프로덕트는 고객 한 명이 하나의 기업을 대표합니다. 고객 한 명이 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도 개인 고객에 비해 많습니다. 돈을 내는 고객은 당연히 프로덕트에 요청을 하고, 프로덕트 담당자는 서비스의 매출을 의사결정하는 고객의 요청사항부터 청취하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디자이너는 고객의 요청에 매몰되기 쉽고, 고객이 겪는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강남언니 파트너병원 페이지의 개선 요청은 주로 영업 담당자를 통해 제품 담당자에게 전달됩니다. 이때 영업 담당자는 고객의 의견을 정제해서 전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실제 어떤 정도의 불편함으로, 어떤 단어를 사용하면서 의견을 전달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고객센터 응대 기록을 직접 확인하면 고객이 얼마나 불편해하는지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영업 담당자가 메신저로 전달한 메시지
“고객님이 이 사안에 대해 높은 온도감으로 개선 의견을 전달해 주셨어요.”
실제 고객이 고객센터에 남긴 메시지
“이 문제에 대해 담당자분께 꼭 전달해 주세요. 구체적으로 분석하신 내용 xxx@xxx.com 메일 주소로 보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희도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또한 고객센터 응대 기록을 확인하면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발견한 문제가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바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고객센터 응대 기록으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
파트너병원 페이지에서는 가상계좌를 통한 광고비(병원포인트) 충전 기능¹을 제공합니다. 어느 날, 강남언니 고객센터로 이런 문의가 지속적으로 인입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광고비 충전하려고 하는데 충전하면 당장 확인해 주실 수 있어요? 고객센터 영업 시간 어떻게 되나요?”
“가상계좌에 이체하면 얼마 후에 반영되나요?”
고객이 광고비를 충전하기 전에 이러한 문의를 남기는 행동은 광고비의 충전을 늦추고, 광고의 빠른 집행을 어렵게 합니다. 고객이 광고비를 충전하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는 충전한 후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트너병원 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광고비 관련 메뉴에 아래와 같이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이 안내는 병원이 가상계좌로 광고비를 입금한 후에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안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안내를 아래와 같이 수정했습니다.
그 결과, 광고비 충전 관련 문의가 이전에 비해 70% 이상 줄었고, 고객센터 응대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도 가상계좌 입금 이후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되어, 고객센터에 미리 문의하지 않고도 필요한 시점에 광고비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¹ 강남언니는 고객이 의료광고 페이지를 열람할 때마다 병원의 광고비를 과금합니다(CPV). 이때 파트너병원은 일정 부분의 광고비를 병원포인트로 예치해 두고, 광고 성과를 파악하며 광고비 지출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2. 정량 데이터 수집
강남언니 앱은 ‘Amplitude’라는 도구를 통해 고객의 활동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파트너병원 페이지의 광고 관련 기능에도 정량적 분석을 위해 이 도구를 도입했습니다.
한번에 많은 측정 도구를 심어서 제품 단위의 활동을 분석하면 좋겠지만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당시의 목표 측정에 도움이 되는 행동 중심으로 조금씩 측정 도구를 심었습니다. 이 액션 측정 도구가 코드로서 제품에 포함되어 데이터가 수집되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제작합니다.
B2B 프로덕트는 고객의 모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고객 기준으로는 통계를 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 방법은 고객 단위의 통계보다는 고객이 한 행동 단위로 통계를 구할 때 사용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이 행동을 한 고객의 수보다 한 명의 고객이 이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를 알고 싶을 때 정량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더욱 도움될 수 있습니다.
정량 데이터 수집은 제품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만, B2B 프로덕트에서는 영업 담당자의 고객 응대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영업 담당자는 고객이 제품에서 행동한 내역을 확인하여 고객의 컨설팅 전략을 정할 수 있습니다. 더 활용도가 높은 대시보드를 만들고 싶다면, 사전에 영업 담당자와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3. 데이터베이스에서 고객이 기록한 정보 확인
고객센터는 고객이 문의하기 전까지는 고객의 문제를 알 수 없고, 정량적인 데이터 분석은 통계에 집중되어 있어 정성적인 인사이트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확인합니다.
주로 기능을 배포한 후에 실제로 고객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용하는 데에 어떠한 경향성이 있는지 등을 정성적으로 파악하기에 좋습니다. 저는 주로 이름, 설명 등의 주관적 텍스트 데이터에 있는 경향성을 파악할 때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합니다.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
광고 데이터베이스 중, 광고 테이블의 name 컬럼은 광고명입니다. 광고명은 병원 고객이 광고를 관리하기 위한 이름이며, 강남언니 앱에는 노출되지 않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여 광고 테이블의 name 컬럼을 확인해 보니 고객이 광고를 관리하기 위한 이름을 적는 것이 아니라, 실제 앱에 노출되는 문구를 적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고객이 광고명 입력 창을 광고 소재 문구 입력 창으로 착각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광고 생성 과정에서 광고명을 적는 UI를 살펴봤습니다.
광고명을 적는 UI는 위와 같이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광고 이름 정보가 광고 콘텐츠를 포괄하는 상위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광고 콘텐츠의 위계와 같은 정보 위계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UI를 위와 같이 수정했습니다. 페이지의 정보를 포괄하는 영역으로 광고명 입력 창을 옮겨, 광고명과 다른 정보의 위계 차이를 더 명확히 표현했습니다.
마치며
지금은 이 세 가지 방법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을 사용해 보니 이런 장점이 있었습니다.
- 고객 경험을 설계할 때 직감에 의존하는 상황이 줄었습니다. 근거를 가지고 디자인하게 되어 더 논리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제품과 관련된 것 뿐만이 아니라, 고객 자체에 대한 공부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B2B 프로덕트의 고객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보다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고객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 방법을 활용하면 이 비즈니스에 있는 고객의 특성을 더 깊게 배울 수 있습니다.
B2B 프로덕트의 고객 경험을 설계해 보니 복잡한 비즈니스에서 고객 경험 중심의 경험 설계를 하기란 쉽지 않다고 늘 생각합니다. 다양한 비즈니스에서 기업 고객 중심의 설계를 고민하고 계실 때 이런 방법을 활용하여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__)
위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B2B 디자이너들의 모임 밋업’에서 김양연 님이 강연해 주셨던 내용이 도움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