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이 아닌 문제에 집중하기 - 채팅 상담 개선기

안녕하세요. 강남언니 예약/결제 도메인 프로덕트 디자이너 Leila 입니다.
저는 예약부터 내원까지, 고객의 불안을 줄이고 기대를 높이는 경험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능을 만드는 데 집중하다 사용자의 진짜 문제를 놓친 경험이 있으신가요?
기능 개발에 몰입하다 보면 문제의 본질을 잊고 기능 완성이 목표가 되기 쉬운 것 같아요.
오늘은 기능에 매몰되었을 때, 어떻게 다시 사용자의 문제로 시선을 돌렸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채팅을 만들었지만 문제는 그대로
일본 고객은 병원에 방문하고 싶을 때 강남언니를 사용해서 예약합니다.
그런데, 예약 신청 후 고객과 병원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VOC가 계속 들어왔습니다.
예약을 신청했어도, 연락이 닿지 않으면 방문 날짜를 확정하지 못해 병원에 갈 수 없었죠.
문제 해결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채팅이었습니다.
전화보다 부담 없지만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고 일본 사용자에게 익숙한 소통 수단이며 예약 정보를 텍스트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이었죠.
채팅 기능 배포 후 "드디어 소통 도구를 만들었다"는 성취감에 빠져 VOC가 확 줄어들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채팅을 도입한 이후에도 "연락이 안 된다"는 VOC가 계속 들어왔어요.
'기능 배포' 라는 수단에 집중하느라 진짜 목표인 ‘고객과 병원의 소통이 원활해 지게 하는 것’을 놓쳤던 거예요.
사용자 관찰로 문제 원인 찾기
질문을 바꿔 다시 문제를 들여다봤습니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사용자가 채팅을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핵심은 "어떤 상황에서 소통이 안 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었어요.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일본으로 인터뷰를 다녀왔습니다.
고객의 문제: 보이지 않아 닿지 않은 채팅의 가치
채팅 진입 현황 데이터를 보았을 때, 고객은 2가지 경로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1. 홈 > 마이페이지 > 예약∙결제 내역으로 진입 2. 푸시알림 > 채팅방으로 진입
하지만 2가지 경로 모두 채팅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 예약∙결제 내역의 문제
새로운 채팅이 와도 [마이페이지]탭과 [예약∙결제 내역]메뉴에는 어떤 표시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하려면 [마이페이지] → [예약∙결제 내역]메뉴 → [채팅보기] 3번의 과정을 거쳐야 했죠.
- 푸시알림의 문제
푸시 알림을 클릭하면 채팅방에 바로 진입할 수 있지만, 푸시 알림을 켠 유저 비율이 낮았습니다.
또한 푸시 알림으로 채팅방에 들어온 유저조차 메시지를 다시 확인할 방법을 몰라 VOC가 들어오고 있었죠.
병원의 문제: 고객 메시지에 대응하기 어려운 관리 환경
병원이 겪고 있는 문제는 데이터로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실제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일본으로 유저 인터뷰를 하러 갔죠.
병원이 채팅으로 하고 싶은 것은 명확했습니다.
1. 새로운 채팅을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답장하기 2. 병원 방문일이 확정되지 않은 고객을 확인하고, 날짜 확정하기 3. 내원율을 높이기 위해 전날 방문해달라는 리마인드 알림 보내기
하지만 세가지 중 어떤 것도 하기 어려웠습니다.
- 신규 채팅을 확인하기 어려운 환경
기존에 사용하던 어드민은 고객 정보 확인 목적으로 만들어져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지 않았어요.
병원은 새로운 메시지가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새로고침을 하고 있었죠.
뿐만 아니라 고객 목록이 예약 접수 순서로 보여져, 새로운 메시지가 왔는지 확인하려면 여러 페이지를 넘겨봐야 했습니다.
- 방문일이 확정되지 않은 고객만 모아볼 수 없는 상황
- 수동으로 보내는 리마인드 메시지
- 사용성 문제
병원이 채팅을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사용성 문제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일본 채팅에서는 엔터를 눌렀을 때 줄 바꿈이 되고, 컨트롤+엔터를 눌렀을 때 전송되는 것이 익숙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채팅은 이런 경험을 고려하지 못해 엔터를 누르면 바로 전송돼 입력하던 중간에 잘못 전송되는 경우가 잦았죠.
진짜 문제에 집중하기
관찰한 고객 행동 데이터와 병원 인터뷰를 바탕으로 솔루션을 제안했습니다.
기능이 아니라 ‘고객과 병원의 소통이 원활해 지는 것’ 에 집중했어요.
고객이 채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기
예약을 신청한 많은 고객은 마이페이지에 진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입 이후 어떠한 액션 없이 이탈하는 비율이 높았어요.
‘고객은 채팅방 진입점을 찾기 위해 마이페이지에 진입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마이페이지에서 채팅방 가시성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 마이페이지에 “채팅” 메뉴 추가
하지만, 마이페이지에 들어오지 않은 고객도 신규 채팅을 확인할 수 있어야 했어요.
채팅방 진입점을 홈에 노출하는 것을 홈 도메인 디자이너에게 제안했습니다.
함께 여러 시안을 고민했고 페르소나별 고객의 맥락, 제품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하여 2가지 방법으로 정리했습니다.
- 홈 상단에 채팅 진입점 노출
- 안 읽은 메시지가 있을 경우 [내 상담 예약]섹션을 ATF영역에 노출
병원이 고객의 채팅을 놓치지 않게 하기
병원 관리자 화면은 기술적 제약으로 기존 화면을 개선할 수 없었습니다.
기존 화면에 채팅 목록 진입점을 제공한 후 새로운 페이지로 이동시키는 것이 더 빠르게 사용성을 개선할 방법이었죠.
병원의 사용 패턴을 참고해 새로운 페이지에서 채팅 목록을 제공했습니다.
인터뷰 시 병원 담당자는 “새로운 메시지를 확인하고 빠르게 응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 이를 위해 시간 순 정렬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병원은 고객의 내원일 확정 여부에 따라 다른 방법의 응대가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내원일 확정 여부는 필수 정보였죠.
- 고객 채팅방에 내원일 미확정 뱃지를 노출하고, 확정되지 않은 고객만 모아볼 수 있게 했습니다.
- 수동으로 보내던 리마인드 메시지도 2일 전, 하루 전, 당일에 자동 발송되도록 개선했어요.
더 이상 고객의 내원일을 하나하나 체크해서 리마인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도 되었죠.
- 일본 병원 사용성에 맞게 병원의 채팅방 전송 단축키도 컨트롤+엔터로 변경했습니다.
결과
개선 후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고객측면
- 채팅방 진입 수가 대폭 늘어났어요.
- 마이페이지와 홈에서 채팅에 진입하는 비중이 상당한 수준에 달했죠.
병원측면
- 채팅을 더 활발하게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 관리자 페이지 진입 수가 늘어나고, 고객 관리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죠.
가장 중요한 건, "연락이 안 된다"는 고객과 병원의 VOC가 72% 감소했다는 점이었어요.
채팅으로 연락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소통이 원활해지니 예약 후 내원까지 이어지는 비율도 눈에 띄게 개선되었습니다.
진짜 문제를 찾는 3단계 프로세스
이번 경험을 돌아보니, 기능에 매몰되지 않고 진짜 문제를 찾기 위한 과정을 3단계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1단계: 질문 재정의하기
"How"에서 "Why"로 질문을 바꾸기
❌ 어떻게 더 좋은 채팅을 만들까? ✅ 왜 채팅이 있는데도 소통이 안 될까?
2단계: 데이터로 패턴 찾기
"언제, 어디서,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이번에는 이런 데이터들이 실마리를 줬어요.
- 언제: 예약 신청 후 연락 대기 기간
- 어디서: 마이페이지 진입 후 높은 이탈률
- 무엇이: 채팅방 진입 경로를 찾지 못함
3단계: 현장에서 맥락 이해하기
사용자가 실제로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맥락 파악하기
데이터로는 "채팅 사용률이 낮다"만 알 수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왜 사용하기 어려운지" 구체적 맥락을 알 수 있었어요.
기능 개발에 몰두하다 보면 목표를 잊기 쉬운데요, 그럴 때 이 3단계로 점검해보면 어떨까요?
- 내가 지금 "How" 질문을 하고 있나, "Why" 질문을 하고 있나?
- 문제가 발생하는 구체적 지점을 파악했나?
- 사용자의 실제 맥락과 니즈를 이해했나?
우리의 진짜 목표인 사용자 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못하고 기능에 매몰된다고 느낄때,
이 체크리스트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