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남언니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Jane입니다.

최근 국내에서 PO(Product Owner)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걸 다들 체감하고 계실텐데요. PO는 제품개발의 책임자로서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의 요구사항과 숨은 니즈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합니다. 더불어 스쿼드가 미션 드리븐하게 움직일수 있도록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이외에도 제품의 성공을 위해 많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최근 여러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 또는 개발자가 PO를 겸임하거나 PO로 직무를 전환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지난 3개월간 PO를 겸임했었고, 이번 글에서 직접 PO를 해보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성장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PO의 다양한 역할 중에서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에 집중해서 이야기해보려합니다.

디자이너의 역할의 변화와 확장에 대하여

저의 PO 겸임기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을 짚고 넘어가보겠습니다.

디자인의 중요도가 심미성에서 사용성, 사용성에서 고객가치전달로 변화하면서 디자이너가 수행하는 역할도 함께 변화했습니다. 과거의 UI/UX디자이너는 디자인이라는 영역 안에서 역할을 수행했다면,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고객이 겪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데까지 역할이 확장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미성, 사용성을 넘어서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고민은 결국 내가 만드는 제품이 고객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있는가? 에 집중하게 되고, 이는 PO의 역할인 고객가치전달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처럼 디자이너의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텐데요. 저는 이것이 변화보다는 확장의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지는거죠. 그리고 이 변화의 속도는 스타트업에서 더 빠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변화의 속도에 발 맞추어가려면 때마다 빠르게 바뀌는 역할의 변화에 적응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우선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PO를 겸임해보았더니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 또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고객가치전달에 집중하며 일하다가 PO를 겸임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과정을 겪어보니 PO가 되기 전에는 고민하지 않았던 것들을 직면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파고드는 습관

문제를 바라볼 때 본질을 찾아내고 파고드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구성원들과 논의를 하다보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WHAT을 언급하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PO역할을 수행하면서 WHY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하면서 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말 그것이 문제인지를 생각하는 힘이 길러졌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도 문제를 발견하고 해석하는 것은 원래 하던 일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디자이너에게도 요구되는 역량입니다. 하지만 PO는 이 문제들을 마주하는 빈도도 높아지고, 협업하는 이해관계자도 많아짐에 따라 문제의 범위도 넓어집니다. 때문에 PO일 때 WHY를 더 많이 고민하고 본질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효과적인 공유에 대한 고민

PO는 스쿼드 간의 정보의 노드 역할을 수행합니다. 스쿼드 구성원과의 공유, 타 스쿼드에게 현재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일에 대한 공유 등 다양한 사람들과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하며 의논하고, 공유합니다.

이 과정에서 PO는 공유자의 입장이 아닌 공유받는 자의 입장에서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하게 통보만 하는 것이 아닌 극도로 투명하게 의도와 맥락까지 공유해 듣는 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말이죠.

먼저,공유받는 사람들이 잘 보게 하기 위해 슬랙에서 회의록을 공유할 때도 보는 사람이 바로 링크를 눌러볼 수 있게 넛지를 주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이 공유받는 내용을 잘 이해하게 하기 위해 이 내용을 읽는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점들을 FAQ로 만들어 본인이 의문이 드는 부분을 미리 해소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유받은 사람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게 제품 배포 전에 시연을 하거나 함께 테스트하면서 이 제품이 고객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논의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았습니다.

이처럼 공유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다양하게 시도하다보니, 사람들이 어떤 것을 궁금해하는지 알게되면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할 수 있었고, 제품을 만들 때 고려해야하는 요소를 더 꼼꼼하게 챙길 수 있었습니다.

고객가치전달의 끝은 배포가 아니다.

치열한 고민끝에 제품을 만들고 배포하면 고객가치전달의 여정이 끝이 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품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완결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제품 배포 이후에도 운영적으로 고객이 이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게 장치를 마련해야하는 것은 없는지, 만약 제대로 이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등 끝까지 추적해야합니다.

A/B Test를 통해 가치 전달을 위한 가설이 맞았는 지 검증해보거나, 제품을 내보내기 전/후로 UT(사용성테스트)를 진행해 고객이 의도한 대로 제품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등 여러 수단을 활용합니다.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프로덕트 디자이너만 할 때는 이 부분을 PO에게 많이 의존했던 것 같습니다. 직접 PO를 해보고 나니,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이 다가 아니라, 잘 만든 제품을 고객이 잘 사용할 수 있게끔 고민하는 것까지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시행착오와 어려움도 엄청났습니다.

여기까지 배운 점, 얻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이 과정동안 시행착오와 어려움도 정말 많았습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인스파이어드』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디자이너나 엔지니어임에도 제품 관리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 달라고 요청 받았다면 위의 네 가지 책임에 동의하는 것이다. 경고했듯이 이것은 엄청난 양의 일이다.” - 인스파이어드 58p

**네 가지 책임: 제품 관리자로서 팀에 기여해야 하는 중요한 책임은 다음 네 가지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1) 고객 (2) 데이터 (3) 비즈니스와 이해관계자 (4) 시장과 산업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정말 바빴습니다 ㄷㄷ

모르는게 약일 때도 있었다

PO와 디자이너를 겸임하니 모르는게 약일 때도 있었습니다.

“PO는 자신이 떠올린 기획을 디자이너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 프로덕트 오너 162p

위의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PO와 디자이너는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가지고 서로의 높은 기준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이 긍정적인 충돌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죠.

하지만 혼자서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다보니, PO로서 생각한 어떤 틀을 디자인할 때 깨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PO가 곧 디자이너가 되니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의 비용은 줄었지만, 반대로 디자이너만의 해석을 통한 문제 해결은 나오기가 어려웠습니다.

고객의 문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그 동안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할 때는 작업을 하다 정책상의 이슈, 법적인 문제, 타 스쿼드 구성원과의 조율이 있으면 PO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PO를 해보니 정말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PO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 해결해야하는 문제들이 수두룩했고, 이 많은 것들이 몰려들때는 눈앞이 아득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일이 되게 만드려면 하는거죠 뭐!

어렵고 힘들어도 짜릿하다

이 외에도 책임감과 부담감도 컸고, 여러 이유로 멘탈이 좋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통의 크기가 큰 만큼 제품을 내보내고 고객이 이 제품을 잘 사용하는 것을 볼 때 오는 쾌감도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다들 이 맛에 PO 하나봅니다!)

PO를 맛보고 나니

PO라는 매운맛을 맛보고 나니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돌아와서도 그 자극은 여전합니다. PO를 해보기 전/후로 바라보았을 때, 지금의 제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수행하는 역할은 전과 다릅니다. 문제를 더 깊게 파고들어 본질을 찾아내고, 직접 데이터를 찾아보기도 하고, 고객가치전달을 집요하게 파고들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PO라는 역할을 경험해보고 나니, 막연히 “훌륭한 프로덕트 디자이너”만이 저의 커리어의 성장방향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O가 갖춰야할 역량에 대해 『인스파이어드』 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객, 데이터, 비즈니스, 시장과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 / 똑똑함 / 창의성 / 집요함 - 인스파이어드 53p

함께 고객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미션팀에서는 이 역량이 비단 PO에게만 요구되는 역량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에게도, 개발자에게도,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제품을 만드는 모든 이에게 요구됩니다.

그러니 본인에게 PO를 할 기회가 온다면 꼭 경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비록 PO가 불닭볶음면에 버금가는 매운맛일지라도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고객가치전달에 대한 집요함을 기르고,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하는 등 강렬한 자극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은 핵불닭볶음면이에요.)

저에게 다시 PO와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임할 기회가 생긴다면 저는 일말의 고민 없이 말하겠습니다.

"저는 다시 하라고 하면..."

....열린 결말
Jane
Product Designer
강남언니를 만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입니다. 다양한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반복적인 일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관심이 많고 함께 일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시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