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후 복귀한 PO의 워킹맘 적응기

안녕하세요. 강남언니에서 이벤트, 병원 도메인의 Product Owner로 일하고 있는 Jane입니다.
이 글에서는 육아휴직 후 복귀한 PO가 일&육아 병행에 적응해 가는 현재 진행형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조금은 개인적이지만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모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시작해봅니다.
1년의 육아휴직, 그리고 복직
24년 7월, 저는 아이를 출산하고 약 1년간 육아휴직 시기를 가졌어요. 강남언니에서 일한지 5년 반만에 가진 긴 휴직 기간이었는데요. 그동안 제 손에는 노트북 대신 기저귀와 젖병이 있었고, 머릿속에는 제품 방향성 대신 육아 관련 정보들이 가득했던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일과는 잠시 떨어져 ‘엄마’로서의 삶을 살다보니 복직의 날이 눈 깜짝할 새 다가오더라구요. 그 사이 또 한번 크게 성장한 강남언니는 더 멋진 사무실로 이사도 했고, 새로운 동료가 많이 늘었고, 한국 미용의료 시장은 글로벌 고객의 주목을 받으며 더 다이나믹해져있었습니다.
출산 전 육아휴직에 들어가던 당시에는 얼른 회사로 돌아와 일하고 싶을 것 같았는데, 막상 복직을 앞두고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두려움’이었습니다. 공백기를 깨고 적응은 잘 할 수 있을까, 이제는 워킹맘이 되어 일을 하는 건데 일도 육아도 제대로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어요.
복직에 대한 고민, 나만 하는 게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고민이 저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었습니다. 회사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동안 회사는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구성원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육아휴직 후 복직 사례가 많지 않았던 터라 이제 본격적으로 육아휴직자의 복직, 워킹맘의 일육아 병행에 대한 고민하는 시기를 맞이했어요. 이 중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된 지점은 육아휴직 후 복귀한 구성원들의 온보딩이었는데요. 복직을 앞둔 구성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복직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온보딩 경험을 설계했어요.


회사와 함께 만들어간 복직자의 온보딩
회사가 복직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자 한다는 걸 알았으니 저도 부담없이 여러 의견을 드릴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복직자에게 도움이 되는 온보딩 과정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 복직 1달 전, 미리 근황을 나누는 시간
먼저, 휴직자들이 자리를 비운 동안 회사는 어떻게 바뀌었고 우리 팀은 어떠한지를 들려주고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육아 중인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만나거나 집 근처로 찾아오는 배려를 해주시기도 하셨고요. 이 시간 덕분에 복직을 앞둔 구성원의 입장에서 내가 복직하면 ‘회사가 이런 상황이겠구나’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 육아기 단축 근로와 유연한 근무시간 운영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구성원은 회사에 있는 동안 누군가에게 아기를 맡기거나 어린이집에 보내는 선택을 해야 하는데요, 복직 후 아이돌봄이 워킹맘에게는 가장 큰 고민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때 육아기 단축 근로와, 규칙보다는 원칙을 위주로 의사결정하는 팀의 문화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복직 초반에는 단축 근무 기간을 가진 뒤,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을 때 풀타임 근무로 늘렸습니다. 엄마도 회사에 적응하고 아기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에너지가 꽤 들어가는 시기를 천천히 겪어가며 적응할 수 있었어요. (낮잠 1시간에 같이 자다가 갑자기 회사에서 눈뜨고 있는게 쉽지 않았답니다..?)

더불어 유연한 근무 시간 조정을 통해 필요하면 제가 직접 아이를 하원하고 아이와 시간을 충분히 보낸 뒤, 밤에 다시 돌아와 업무를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업무 형태는 규칙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조직문화 덕에 가능했습니다. 주 1회, 2회 같은 규칙을 세우는 게 아닌, 팀의 협업과 목표 달성을 지향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하면 팀 내에서 조율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기반 덕이었습니다. (물론 육퇴 후 밤에 마저 일하는 날은 거의 좀비워킹맘..)
- 커피타임을 통한 변화 파악
강남언니는 랜덤 커피타임을 비롯한 구성원 간의 커피타임을 장려하고 있는데요, 복직한 뒤 커피타임은 그 동안의 맥락을 따라잡는 데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복직한 뒤 1달간 약 30명 정도의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며, 문서와 슬랙으로는 다 파악할 수 없는 팀과 사람의 변화를 대화를 통해 많이 알 수 있었어요.

- Sync & Align 프로그램 다시 듣기
강남언니에는 신규입사자 분들을 위한 온보딩 프로그램인 Sync & Align이 있는데요, 휴직 기간 동안 달라진 회사의 방향과 맥락을 리마인드하기 위해 휴직자들이 다시 들을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주셨어요. 덕분에 휴직 기간 동안 달라진 회사의 방향과 맥락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달라진 환경, 달라진 일하는 방식
회사의 여러 지원 덕분에 복직을 잘 할 수 있었는데요, 이제는 저 스스로 달라진 환경에 잘 적응하는 숙제가 남아있었습니다. PO를 해보신 분이거나 옆에서 PO와 함께 일하는 동료분들은 잘 아실텐데요, PO라는 직무는 사실 아이를 키우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에요. 여기에 육아라는 미션이 하나 더해졌을 때, 잘 해내기란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제가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투여해서 일을 해왔고, 물리적인 시간을 많이 쓸 수 있는 게 저의 무기 중 하나였어요. 이제는 오히려 물리적인 시간 제약이 생겼고, 특히 일이 덜 끝났든 회의 결론이 나지 않았든 저는 정해진 시간이 되면 저는 노트북을 덮고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환경이 되었어요. (a.k.a. 애데렐라)
제가 자리를 비워야만 하는 시간이 있는채로 협업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기에, 아래 3가지를 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동료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판단하기
정해진 시간이 되면 아이를 데리러 집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잘 운용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보았어요. 사무실에 나와서 만났을 때 함께 의사결정해야 하는 건을 최우선순위로 두었고,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오전시간, 아기 재운 후 밤 시간을 활용해서 따로 해결했어요.
- PO가 없어도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만들기
그럼에도 이전보다 제가 바로 응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PO의 의사결정이 늦어져 팀이 저를 기다리게 되는 상황이 되는데요. 예전에는 제가 더 부지런히 움직여서 병목이 생기지 않도록 애썼었는데, 이제는 그 방법이 불가능하니 PO라면 어떻게 생각할지를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어요.
그래서 팀이 PO처럼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평소에 맥락과 의도를 충분히 공유해두는 것을 꾸준히 해놓았어요.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의 why를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설명하고, 어떤 결정을 했는지보다,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투명하게 공유해서 싱크를 더 많이 맞추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 예측 가능성 높이기
저의 가용 가능한 시간이 언제인지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데에도 집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캘린더에 육아를 위한 일정을 고정적으로 잡아두고, 사전에 자주 팀에 공유했어요.

간신히 버티기만 할 줄 알았는데, 블로그 글도 쓰고 있다니
복직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한편으로는 임신/출산/육아도 했는데 일이라고 못할게 뭐가 있냐 다 덤벼 상태가 되었답니다. 일이 맘대로 안 풀리는 순간이 이제는 훨씬 덤덤히 받아들여지고요 (육아보다는 제 맘대로 되는게 많은 것 같달까^^) 배고플 때 남이 차려주는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고, 동료들과 지성인의 대화를 하는 순간도 참 감사해졌습니다.
또 퇴근 후에 육아하며 아기 웃음소리를 들으면 회사에서의 고민들이 다 무색해질 만큼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몸을 바쁘게 움직이니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게 되는 엄마만의 명상 시간(?)도 생기더라구요.
복직 전에는 회사에 돌아가면 성장은 기대하기도 어렵고,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다 마음먹었었는데, 오히려 저는 더 단단해져가고 있다 느껴집니다. 물론 일과 육아의 병행에서 마주하는 쉽지 않은 날들도 있지만, 하루하루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갈 거란 믿음도 생겼어요. 신생아 때부터 18개월 아기를 키우는 동안, 어느 순간 육아가 손에 익어가는 것처럼요. (3시간에 한번씩 깨서 새벽수유하던 때가 까마득해질만큼, 어떻게 또 다 해냈잖아요!?)
마치며
이 글은 워킹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워킹맘과 함께 일하는 동료분들과 회사의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복직 후 “육퇴 후에 돌아올게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업무 흐름이 끊기는 상황이 생겼음에도 많은 배려를 해주신 동료분들의 덕이 가장 큽니다. 아이를 데리러가는 시간은 저보다 더 칼같이 지켜주려고 애써주시고 많은 배려를 해 주신 동료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그럼 저는 또 “육퇴 후에 돌아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