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UT를 자주 진행하나요?”
작년에 CPO인 Phillip이 합류한 이후 디자인챕터 리드인 저에게 한 질문이었습니다.
저의 대답은 “아니요. 거의 1년에 몇 번 안해요” 였습니다.
놀랍게도 8개월이 지난 지금, 강남언니의 제품팀은 최소 주 1회 모든 제품팀에서 UT를 하는 조직으로 확 바뀌었습니다. 불과 1년도 안된 사이에 어떻게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강남언니를 만들고 있는 Jane입니다.
저는 오늘 이 글에서 강남언니 제품팀이 어떻게 자주 UT하는 팀으로 변화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UT는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입니다. 하지만 작년의 저는 한번도 UT를 중요하다 생각하지도 않았고, UT를 해본 적도 없었어요.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저와 같지 않나요?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있는데 실제로 본인은 UT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하지 않았나요? 이 글을 다 읽으실 무렵에는 ‘나도 내일부터 UT해야겠다. 우리팀도 UT하는 팀으로 만들어야겠다.’ 는 생각이 드실거에요.
UT, 왜 중요한거죠?
고객의 진짜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UT는 Usability Test의 약자입니다. 우리말로는 사용성 테스트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단어의 뜻 그대로 우리 제품의 사용성이 어떠한가를 테스트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User Interview가 사용자의 의견을 듣는 인터뷰 형식이라면, UT는 사용자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관찰하는 형식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삼성전자의 기어 S2 사례를 들어볼게요.
기어S2를 출시하기 전에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했을 때는 클래식 버전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클래식 버전을 많이 생산해놓았는데, 막상 팔리기는 스포츠 버전이 많이 팔렸다는 썰..
이 사례는 고객에게 선호도를 ‘물어보는 것’과 고객이 직접 돈을 내고 사는 ‘행동을 하는 것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마 이 고객들은 설문을 할 때 본인의 응답과, 실제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겁니다. 그냥 무의식중으로 답변을 하고, 행동을 하신거죠. ”무의식
” 이 포인트입니다. 고객은 제품도 무의식 중에 사용하죠. 때문에 우리는 고객의 응답보다는 행동을 관찰하는게 중요합니다. 결국 우리는 고객의 ‘응답’이 아닌 ‘행동’을 이끌어 내야 하니까요.
이처럼 UT는 사용자가 우리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행동을 “관찰”해서 (고객도 모르는) 고객의 진짜 니즈, 고객의 진짜 문제를 생생하게 발견할 수 있어요.
개발없이 솔루션을 검증할 수 있다.
또, UT는 우리가 제공하려는 솔루션이 정말 고객의 문제를 풀어주는게 맞는가? 를 ‘개발하기 전
’에 확인하고, 확신이 들때까지 개발 비용없이 수정해볼 수 있어요.
가볍게 만들어 둔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사용자가 무엇을 눌러보는지, 어떤 것은 발견하지 못하는지 등을 확인해보면 정말 고객이 잘 사용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최소 2주, 어쩌면 1달 이상 걸려서 만들어야하는 기능이 잘 쓰일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면 너무 개이득이지 않나요? 음성인식 기술을 고객이 좋아할까?를 검증하기 위해서 실제로 기술을 만들어보기 전에, 속기사를 고용해서 우선 검증부터 해봤다는 사례가 매우 유명한 것 처럼요.
이렇게 중요하다는데 왜 우리는 UT를 안할까?
위의 설명만 읽어보면 ’맞지! 너무 중요하지!’ 라고 생각이 드는데 왜 우리는 UT를 안하고 있었을까요?
과거를 돌아보니 저를 포함한 우리팀에는 이런 문제들이 있었어요. (아마 여러분도 이런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 UT를 어떻게 하는지 막막하다.
- 저희 팀에는 PO, Product Designer 중 극히 일부만 회사에서 UT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었어요. 새로운 사람들이 이걸 진행해본 경험이 없으니, 하던 사람이 계속 하게되는 상황이 반복되더라구요. 그마저도 빈도가 낮았구요. 누군가가 UT 진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막막함이 먼저였죠.
- 준비할게 너무 많다. 번거롭다.
- UT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챙겨야하는 꽤 많은 절차가 있어요. 사용자를 모집하고, 연락해서 일정을 잡고, 녹화/중계를 위한 환경을 마련하고, 참여해주신 사용자에게 지급할 사례비를 챙기고, 동의서를 수집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기록하고, 진행하고, 디브리핑까지..! 읽기만해도 뭐 이렇게 할 게 많아…라고 생각하시죠? 저도 그랬어요.
- 위의 1, 2번의 이유를 극복할만큼 UT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가장 중요한 건 위 1,2번으로 인해서 우리에게는 UT를 적극적으로 안 할 이유가 이미 충분한데, 심지어는 UT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었어요.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 저걸 언제 다해? 나는 지금 내가 하는일이 더 중요해. 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던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바다를 동경하게
저와 philip은 3번의 문제, UT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가장 먼저 해결하기 위해 UT의 목적을 팀에게 지속적으로 전파했어요.
UT를 자주해야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객을 잘 이해해야 고객이 원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고객을 잘 이해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UT가 있고, 그래서 우리는 UT를 자주 해야한다고 말하는거죠.
결국, UT를 잘하게 하려면 우리 팀에 ‘고객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게 중요해'라는 생각이 잘 녹아드는게 가장 중요했어요. 이런 변화는 절대 한 순간에 되지 않지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조금씩 변화했습니다. 지난 8개월동안 우리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객은..
’ 으로 시작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어요.
고객은 어떻게 쓰고 있었나요?
이 근거가 고객을 통해 나온건가요?
고객이 겪는 문제가 무엇이죠?
얼마나 많은 고객이 이 문제를 겪고 있나요?
고객이 잘 사용했나요?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가 무엇이죠?
이런 질문을 던지면, 진짜 고객은
어떤거야? 를 확인하기 위해서 고객을 만나거나, 고객이 남긴 흔적(데이터)를 찾아야해요. 그러다보니 UT가 자연스레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중요해졌어요.
UT 방법을 안내하고, 준비 절차를 아무리 간소화하고, 가이드해도 UT 자체가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이 스스로 들지 않으면 다 무용지물이니까요.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바다를 동경하게 하는게 중요한 것 처럼요.
누구나 UT를 잘 할 수 있도록
자. 이제 중요한 것도 너무 잘 알겠고, UT는 너무 필요해! 라고 생각하는 팀이 되었어요!
그래도 UT를 자주 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서 넘어야하는 허들은 여전히 존재했어요. 저는 다음과 같은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서 누구나 쉽게 UT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 간이 UT로 수없이 연습하기
실전에 돌입하기 전에, UT를 미리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어요.
먼저, 동료를 대상으로 간이 UT를 진행하면서 실전 연습을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회사에 제품팀이 아닌 다른 동료들은 간이 UT를 하기 좋은 대상자에요. 이 분들을 모시고 연습해보면서 숙련도도 올리고, 내가 준비한 UT의 시나리오는 잘 동작하는지를 확인하기도 해요.
두번째로 저와 페어로 서로 UT를 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렇게 하면 진행자의 입장, 테스터의 입장을 모두 경험할 수 있어요.
직접 테스터로 참여해보는 이유는 혹시라도 진행자의 의도가 너무 드러나는 답정너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은 아닌지, 테스터의 입장에서 확인해보기 위함이에요. 스스로 테스터의 입장에서 지금 시나리오가 어떤 느낌인지 겪어보는거죠. ‘이렇게 질문하니까 되게 의도가 눈에 보이는데?, 이런 시나리오는 뭘 해야할지 좀 애매한데?’를 스스로 판단해보는거에요.
재밌는 건, UT의 테스터가 한 번이라도 되어본 동료분들은 다른 팀에서 진행하는 UT도 훨씬 관심을 가지고보게 되는 효과도 있었어요. 항상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제품을 바라보다가, 막상 테스터의 입장이 되어서 우리 제품을 써보면 불편한 점이 피부로 확 와닿게 되거든요. (평소에 슥슥 쓰던게 테스터의 입장만 되면 이거 왜이렇게 불편해.. 라고 느끼는게 수도 없이 보일거에요.)
- 도움이 되는 건 뭐든지 다하기
팀이 UT를 잘 하는데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보았고,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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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정리된 책을 읽어볼 수 있도록 나눠주고 추천했어요. 스티브 크룩의 ⌜사용성 평가, 이렇게 하라⌟ 라는 책인데요, UT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 책을 먼저 읽어서 UT에 대한 이해도를 사전에 많이 높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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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 후에 디브리핑을 반드시 진행하도록 템플릿을 만들어 UT에서 나온 인사이트를 반드시 액션아이템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요. UT를 진행만 하고, 우리가 하는 일에 반영을 안하면 의미가 없는거라 반드시 액션아이템을 뽑고 실행했던 것이 UT를 통한 고객 집착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UT를 잡아놓고, 슬랙으로 주기적으로 리마인드해서 UT가 필요한 사람들이 적절하게 그 시간을 활용해서 UT할 수 있게끔 넛지도 했습니다. 이 방식을 했더니, ‘너무 자잘해서 UT할 정도는 아닌데..’ 라고 생각했던것도 편히 확인해볼 수 있는 장치가 되었어요.
- 번거로운 절차 없애기
위에서 말한 시도들 덕분에 UT가 슬슬 활성화되고 있을 때쯤, 사람들이 UT를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최소 일주일은 계속해서 주의를 뺏기는 상황을 마주했어요.
원하는 시간에 사용자를 모집하려면 미리 미리 공고글도 올려야하고, 지원자가 쌓이면 적합한 대상을 추려내어 직접 연락해서 시간을 조율했고, 사례비 지급을 위한 개인정보수집이용동의서를 준비하고, 사례비 지급을 회계팀에 요청하고 부수적인 일들이 너무 많았던거에요. 그래서 프로세스를 계속해서 간소화하는 절차를 거치고, HR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해서 현재는 기존의 절차의 30% 정도로 줄일 수 있었어요. (HR팀 여러분 너무너무 감사해요!!)
무엇이 달라졌나?
이런 노력들의 결과로 강남언니 제품팀은 지난 8개월간 총 40회 이상의 UT를 진행했어요.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은 UT를 진행한 셈이죠. 처음 팀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목표로 잡았던 것은 월에 1회 이상 UT하는 팀 만들기였는데, 오히려 몇 번을 진행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UT하는 것이 팀에 체화되었어요. 동료들 입에서 이건 UT해야겠는데? 라는 말을 듣는게 당연해질 정도로요. 그래서 강남언니 제품팀은 UT를 통해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의 진짜 니즈와 행동을 파악해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팀이 될 수 있었어요.
또 잦은 UT를 통해서 고객의 문제를 집요하게 발견하고, 이 솔루션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게 맞는지를 확인해서 좋은 성과를 낸 사례도 늘어났어요. 실제로 한 기능을 내보내기 위해서 3주 동안 UT를 3번 이상 진행하며 집요하게 고객의 니즈가 이게 맞아? 를 확인한 결과 고객 경험이 많이 좋아지고, 지표가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UT를 통해서 고객의 니즈를 철저하게 미리 검증하고나니, 실제로 개발해서 내보내는 기능이 실패하는 경우도 많이 줄었구요.
자, 이 글을 끝까지 읽은 여러분, 그러니까 지금 당장 UT를 시작하세요.
한 번 시작하면 절대로 UT를 멈추지 못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