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 검블유)

안녕하세요. 힐링페이퍼의 프로덕트 오너 Hailey 입니다.
강남언니 앱의 사용성 개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 6, 7월은 수목 저녁마다 tvN의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이하 검블유)와 함께 하며 타미와 모건의 달달한 연하남 사랑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 혼자였는데 스쿼드 내 개발자와 디자이너 각 한 분이 검블유 팬으로 합류하면서 방영 다음 날 출근하면 "검블유 봤어요? 봤어요? 끼약~~~~"을 함께 할 수 있는 행복한 두 달이었죠.

드라마 검블유의 매력은?

  1. 오글오글거리는 로맨스 (+세 커플 중 두 커플이 여자가 훨씬 연상임)
  2. 커리어우먼들이 멋지게 일하는 모습 (정치, 권모술수 포함)
  3. 다음/네이버/싸이월드/구글 등을 연상시키는 '유니콘(Unicon)'과 '바로(Baro)'의 경쟁과 협력

여러 가지 매력이 있지만, 직업병을 발현시키는 드라마여서 더 재미있었습니다. 앱을 만드는 사람으로써 '플랫폼의 역할이 무엇인지', 화두를 던져 주는 보기 드문 드라마였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강남언니는 유니콘(Unicon)이나 바로(Baro) 같은 정보 포털은 아니지만, 고객과 병원 사이를 중개해 주는 플랫폼으로써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이 글은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제 감정과 전율을 공유하는 자리이자, 저에 대한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포털의 역할

드라마에는 포털 윤리강령 이라는 것이 여러 번 나오는데요. 이게 현실에도 존재하는 것인가 하고 찾아봤는데, 드라마에서 만든 건가봐요. 직접 드라마 다시보기를 돌려가며 한땀한땀 받아쓰기한 내용 공유합니다.

이는 인터넷자율정책협회에서 규정하는 유니콘과 바로의 포털 윤리 강령입니다.

포털 윤리강령 제1조

포털은 가장 진보하며 참여적인 광장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포털은 사용자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포털 윤리강령 제2조

포털은 조작하지 않고 은폐하지 않는다. 이를 해치려는 모든 압력과 침해, 제한, 차별 등으로부터 사용자의 권리를 적극 수호한다.

포털 윤리강령 제3조

포털은 사익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등 내외부 세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며, 공정성을 훼손하는 어떤한 개입도 하지 않는다.

포털 윤리강령 제4조

포털은 포털 내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에 대하여 관리, 감독하며, 책임을 진다. 절대 침묵과 회피로 묵과하지 않는다.

포털 윤리강령 제5조

포털의 영향력은 사용자에게서 오고, 사용자로 향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부당한 이득을 도모하지 않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기자회견 낭독 장면. 연출 방식도 넘 좋았음.

저는 개인적으로 포털 윤리강령을 기자회견에서 낭독하는 모습에서 전율이 느껴지더라구요. 배타미(임수정 분)와 송가경(전혜진 분)이 포털 업계 초창기 시절 직접 밤새워가며 고민하여 작성한 문서였는데요. 십수년이 지나 포털이 강력한 권력이 된 후에도 잊지 않고 '원칙을 지켜야 하지 않냐'고 서로를 감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송가경은 권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항상 고민은 했습니다.

강남언니는 의료 정보라는 유저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주 민감한 영역을 다루고 있고, 의료법의 규제 아래 놓여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당연히 알고 싶어하는 정보도 의료법 상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또한 병원(주로 성형외과 등)이라는 아주 특수하고 돈이 많고 모수가 적은 집단을 유저와 연결시키다 보니 병원의 목소리가 크다는 사업모델 상의 한계도 있습니다.

강남언니의 미션과 비전

강남언니 사무실 곳곳에 붙어있는 미션과 비전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

의료서비스의 규모제한성으로 인한 고비용문제, 전문가-비전문가 사이의 정보불균형 문제를 정보통신기술(IT)로 풀어내려 합니다.

여러 한계가 있지만 강남언니의 미션은 원대합니다. 비전을 잊지 않고 강남언니의 가치는 사용자에게서 오고 사용자로 향한다는 점을 명심할 것입니다. 연초만 해도 20명 남짓했던 직원으로 충분히 하지 못했던 관리, 감독의 의무도 '스타트업이라 어쩔 수 없다'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강화 중입니다. 사용자들이 공유하기 위해 올린 수많은 후기들과 정보가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병원들과 협력하여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포털의 영향력은 사용자에게서 오고, 사용자로 향한다

검블유 14화에는 바로(Baro)의 대대적인 UI 개편을 알리기 위한 유저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포털의 메인 배너 자리는 어마어마한 광고비를 받는 상징적인 광고 구좌입니다. 바로(Baro)에서는 이와 같은 광고판 자리를 3일간 유저들에게 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사연들이 전국 각지에서 접수되어 그 중에서 72가지 사연을 선정해 한 사람당 한 시간씩 3일 동안 게재해 주는 것이죠. 생일 축하, 사랑/감사의 메세지, 자영업자 광고, 영화 홍보 등의 다양한 사연이 접수되었습니다. 사람 냄새 나고 화제성도 불러 일으켜서 바로(Baro)의 UI 개편을 홍보하는데 최고의 이벤트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벤트 당첨자들의 사연 리스트

포털이나 플랫폼은 대부분 사용자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플랫폼은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판을 깔아주는 것 뿐이고 사용자들이 생성한 컨텐츠로 인해 가치가 생겨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도 사용자들이 자신의 일상, 생각,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네이버도 블로그 작성자, 지식인 작성자들이 없었다면 국민 대표 포털이 될 수 없었을 거구요. 그런 면에서 바로(Baro)가 사용자들에게 광고 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그 기본을 다시 생각해 본다는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남언니 앱도 사용자들이 직접 올리는 후기, 수다방 글 그리고 병원 사용자들이 올리는 이벤트 정보로 인해 가치가 생깁니다. 물론 점점 고도화되어 가면서 지도 서비스와 같이 플랫폼에서 돈을 투자해 직접 만드는 컨텐츠나 기능도 많아지긴 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의 근간은 사용자들이며 플랫폼은 그 판이 잘 공정하고 건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점을 잊지 않아야겠죠.

강남언니의 존재 목적은 성형수술/시술을 많이 하게 하거나 병원들이 돈을 많이 벌게 해서 강남언니가 잘 나가는 회사가 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빠른 시간 안에 좋은 정보를 습득하여 본인의 고민을 만족스럽고 안전하게 해결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어요. 포털의 영향력은 사용자에게서 오고, 사용자로 향한다 를 잊지 않으면서요.


사업에서의 타이밍

너무나 소탈한 브라이언 대표님. 우리 대표 에이든과 비슷한 느낌도 많음.

검블유 11회에는 브라이언 (바로 대표 - 권해효 분)와 차현 (바로 본부장 - 이다희 분)이 바로(Baro) UI 개편에 관해 조언을 구하자 이렇게 얘기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브라이언 : 이슈라는 건 항상 타이밍에 나오는 거죠. 그니까 결국 시대와 가치 사이의 흥정을 우린 이슈라고 부르는 거죠.

차현 : 우리 업계로 예를 들면요?

브라이언 : 글쎄 뭐 예를 들면은
시대가 결국 선택하게 될 것을 미리 선택하는 것,
시대가 결국은 버리게 될 것을 미리 버리는 것,
근데 그 미리가 문제죠. 타이밍

차현 : 타이밍?

브라이언 : 결국 타이밍이 이슈를 만드는 거니까요.

결국 바로(Baro)는 한 때 회사의 근간이었고 수많은 직원들이 청춘을 바쳤던 '마이홈피'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연상시킴) 를 폐쇄하기로 결정합니다. 시대가 결국은 버리게 될 것을 미리 버리는 것이죠. 또한 실시간 검색어 리스트 전체를 보여주는 대신 롤링되는 화면으로 바꾸고, 메인 탭 구성 또한 변경하였습니다. 실검의 영향력은 줄이되 개인화에 집중하는 것이죠. 시대가 결국 선택하게 될 것을 미리 선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 실패 사례에서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다'는 것을 원인으로 꼽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시대가 결국 선택하게 될 것을 시대에 딱 반 보 정도 앞서서 선택하고, 딱 반 보 미리 버리는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사업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띵언을 뽑아낼 수 있는 작가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아름다움을 위해 성형을 하고, 시술로 관리를 하는 것이 점점 보편화되는 시대이죠. 10년 전에 쌍수(쌍꺼풀수술) 정도만 유행하고 수술 사실을 숨겨야 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가격도 많이 낮아졌고, 터부시되던 분위기도 많이 바뀐 것을 느낍니다. 그런 흐름은 우리가 만드는 게 아니라 시대가 만들어가는것. 그 시대의 흐름을 읽고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선점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강남언니에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저들의 니즈를 미리 기민하게 읽어내고 유저들이 열광할 법한 기능과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의료법의 회색지대(법의 해석에 이견이 있는 영역)을 부딪히기도 하고, 새로운 기능을 만들었다가 생각보다 이용률이 저조해서 좌절하기도 하죠.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이상적인 미래,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계속 두드리고 있습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보러 가요~

재미로 보는 드라마로 너무 진지한 얘기를 한 것 같네요. 로맨스, 걸크러쉬, 영상미, 음악 등 여러모로 괜찮은 드라마니 아직 안 보셨다면 추천드려요!

멋짐뿜뿜

참고로 검블유의 권도은 작가는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 출신으로 스타일이 비슷합니다.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 태양의 후예, 신사의 품격, 미스터 선샤인, 파리의 연인 등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좋아하실 거에요.

이미지 출처 : 한국경제 ‘검블유’ 색다른 재미 주는 3色 커플, 로맨스 모먼트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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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ley
Product Owner
사용자들이 본인의 고민을 안전하고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 있도록 강남언니 앱의 사용성 개선을 고민하는 프로덕트 오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