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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정보의 표준화를 왜 만들었을까? - ① 작성편

복잡한 후기 정보를 탐색하는 고객의 불편함을 풀어보자

후기 정보의 표준화를 왜 만들었을까? - ① 작성편후기 정보의 표준화를 왜 만들었을까? - ① 작성편

Product De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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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남언니에서 수술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Sean입니다.

사용자들이 병원을 선택할 때 후기만큼 중요한 판단 기준은 없죠. 하지만 정작 좋은 후기란 무엇일까요?

PO인 Carlos와 함께 지난 시즌 내내 머리를 맞대며 이 질문을 파고들었습니다. 단순히 "좋은 후기"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후기"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4개월의 여정 — 그 과정에서 부딪힌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얻은 과정을 이번 시리즈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진짜 고민을 여러분과 공유해보겠습니다.

강남언니 공식 블로그강남언니 공식 블로그[동료 생각 좇기] ② 왜 우리는 '후기 신뢰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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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후기를 볼 때 무엇이 가장 궁금한가요?

실제로 고객은 후기에서 어떤 내용을 보는지 사용자 리서치를 진행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정보는 의사의 친절함, 대기 시간, 비용 대비 만족도 등 정말 다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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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존 후기들은 이런 구체적인 정보보다는 "좋았어요", "만족해요" 같이 간단한 표현이 대부분이었어요. 게다가 주관식은 자유 형식이라서 작성자마다 내용이 일관적이지 않았어요. 즉, 지금의 후기 시스템은 고객이 알고 싶은 걸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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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후기에서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 얻게 할 수 있을까요?

고객이 찾는 정보를 발견하기에는 하늘의 별따기였어요. 후기의 글을 하나씩 다 읽으면서 원하는 내용이 있는지 시간을 들여서 찾아야 하기 때문인데요. 한마디로 원하는 정보를 찾기까지 시간과 인지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었어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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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작성하는 고객과 후기를 탐색하는 고객의 마음은 다르다.

후기를 탐색하는 고객은 구체적인 정보를 보고 싶지만, 후기를 작성하는 고객은 전반적인 느낌만 남기고 혜택을 받고 있었어요.

후기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정보의 목적이 큰데요, 따라서 작성자가 더 많은 정보를 작성하면 다양하게 탐색하는 고객들이 충분히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작성하는 고객의 경험부터 개선이 필요했죠.

기존에 작성하는 경험을 살펴보면 자유 양식으로 최소 20자로 자유롭게 쓸 수 있었는데요, 글을 잘 쓰는 사용자는 생생하게 쓰는 반면에 포인트가 목적인 사용자는 딱 20자만 채워서 작성했거든요. 작성하기 귀찮은 사용자는 짧게 남기는데, 다른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남언니 서비스 건강에도 좋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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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행동을 변화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써 욕심이 났어요.

“어떻게 하면 후기를 작성하는 사용자가 풍부한 내용으로 더 쉽게 쓸 수 있을까”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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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내용을 쉽게 쓸 수 있는 후기 작성 방법

후기를 쉽게 쓰는 것과 내용이 풍부하다는 건 상충되는 일이었어요. 후기의 내용을 적게 쓰면 간편하지만, 많이 쓰면 풍성해지기 때문이죠. 기름과 물같은 성격을 섞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깊은 고민 끝에 만난 해결책은 정보의 표준화였습니다. 표준화의 장점은 누구나 작성해도 동일한 내용으로 정형화할 수 있었습니다. 주관식과 객관식을 적절한 비율로 섞으면 기본적으로 풍성한 내용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게 목표였어요.

후기 정보의 표준화를 도입하면 세 가지 좋은 점이 있었어요.

  1. 정성적 경험의 정량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측정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
  2. 검색 경험 개선: 사용자가 후기에서 원하는 특정 정보를 쉽게 찾음
  3. 통계적 인사이트: 병원별, 시술별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 가능

하지만 늘 그렇듯 이상과 현실은 달랐어요.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던 현실

후기 정보의 표준화를 설계하면서 첫 번째 난관에 부딪혔어요. 정형화된 양식으로 후기를 작성하는게 목표였는데, 현실은 시술과 수술을 하나의 형식으로 만드는게 쉽지 않았어요.

시술은 일반적으로 병원에 방문한 당일에 상담과 시술을 진행하는 반면, 수술은 상담과 수술이 분리된 경험이에요. 고객이 경험하는 여정 자체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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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는 경험을 기록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시술과 수술에 적합한 표준화 양식으로 나눠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스쿼드에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사용자의 관점으로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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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둘은 예약하고 병원에 방문하고 상담하고 시술을 받는 여정이었어요. 이는 시술과 수술 모두 겪어야 하는 과정이었던 거죠. 그래서 하나의 여정으로 설계하고 실제 사용자 테스트로 검증하기로 했어요.

시술과 수술 여정의 복잡함을 해결하고 만난 큰 벽

세부적인 부분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더 있었어요. PO는 표준화의 응답 설계를 "아쉬워요", "보통이에요", "좋아요"라는 3점 척도로 받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안했어요. 제안한 이유는 두 가지 측면이었습니다. 최대한 기존의 방식과 다르지 않고, 3점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면 정량적으로 활용하기가 좋기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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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회의적이었어요. 고객 입장에서 바라보니 후기를 작성하는 경험의 과정이 흥미롭지 않았어요.

이런 관점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강남언니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는 문화가 있어요. 강남언니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Heuristic Evaluation, Userbility Test, 인터뷰 등을 진행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외부 툴을 사용해서 빠르게 의견을 받아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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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bility Test로 빠르게 UT를 설계해서 진행해서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어요. 항목이 너무 많아서 불편하거나,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체크해야 하는 과정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이 들고, 결국은 불편하다는 의견이었어요.

인지 비용을 줄이는 새로운 방법

이 과정으로 얻은 인사이트는 고객은 평가하는 데 인지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걸 깨달았어요. HMW(How Might We) 방법론으로 고객이 어떻게 하면 인지 비용 없이 쉽게 평가할 수 있을지 생각했어요.

긍정과 부정을 선택하는 질문을 살펴봤어요. 고객이 경험하지 않은 항목에도 긍/부정을 매겨야하는 항목도 있었어요. 고객이 경험한 부분에 대해서만 쉽게 선택하고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의 솔루션을 뒤집어서 생각했습니다

반복적으로 좋거나 아쉬운 점을 고민하면서 선택하기 보다 자신이 생각했던 좋았던 부분의 단어가 보이면 인지비용 없이 즉시 선택할 수 있고 판단해야하는 비용이 줄어서 과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것 같았습니다.

이를 빠르게 검증하기 위해서 사내 UT를 진행했고, 기존 측정 방법보다 편하다는 피드백을 기반으로 확신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설계를 진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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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고민, 어떤 문장이 직관적으로 인지하고 선택할 수 있을까?

고객의 병원 방문 여정에 따라 긍/부정 항목으로 나눠서 설계하기로 확정했지만, 세부적으론 어떤 단어와 항목을 넣어야할지 고민했어요. 왜냐하면 작성하는 고객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정보를, 그리고 후기를 탐색하는 고객에게는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하기 때문이었죠.

하나를 해결하니까 또 다른 고민이 나와서 쉽지 않았던 과정이었는데요, 이 부분은 직감보단 기존에 쌓인 강남언니의 후기 데이터를 기반해서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신뢰도가 높은 후기는 고객이 보고싶은 정보를 많이 담고 있을거란 가설로 출발하기로 했는데요. 즉, 좋은 후기에서 많이 언급했던 공통 단어와 문장을 정리하면 답이 있을 것 같았어요. 데이터팀과 협업해서 함께 후기의 데이터를 활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시작은 후기 신뢰도 점수 기준으로 최상위 200개 후기를 대상으로 대주제를 선정했습니다. 선정한 대주제를 기준으로 상위 3,000개 후기에서 총 25,630개의 문장에서 주제와 관계가 높은 단어를 선정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객관식의 항목을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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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식을 완성했지만, 주관식의 경험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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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주관식을 편하게 작성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답은 UT(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인사이트를 얻었는데요. 사용자들이 주관식 항목을 작성할 때, 상단으로 올라가서 선택한 항목을 다시 보고 참고해서 주관식을 작성하는 흥미로운 행동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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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인지 심리학에서 말하는 '외부 기억 활용(Cognitive offloading)'과 관련이 있어요.

예를 들면 우리가 간단한 계산은 암산으로 할 수 있지만 복잡한 계산은 종이에 적으면서 계산하는 상황을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고객은 주관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선택한 객관식 응답이 일종의 '기억 보조 도구'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참고: Working Memory and External Memory

마지막 선택의 순간, 주관식 입력 방식

마지막까지 PO와 논의하면서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바로 주관식 입력을 설계하는 과정이었어요.

주관식을 매 경험마다 작성할지, 전체 경험으로 한 번에 작성할지 고민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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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편의성 입장에서는 제일 마지막이 좋아보였어요. 한 번만 주관식을 작성하기 때문에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단계별로 입력으면 세 번이나 받을 수 있었어요. 이는 더 풍성한 후기 데이터가 되기 때문에 질적으로 더 좋은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았죠. 따라서 이 부분은 AB테스트로 결정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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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후기 작성의 온보딩을 추가했고, 정성적인 설문조사까지 만들어서 최종적으로 완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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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정보의 표준화 설계 여정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후기 정보의 표준화 설계 프로젝트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생각보다 복잡하면서 흥미로운 여정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후기를 작성하는 고객의 경험을 설계한 과정을 이야기했는데요. 과연 A/B테스트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런칭 후 실제로 고객의 경험은 어떠했을까요? 다음 글에서 후기 정보 표준화 작성의 뒷이야기와 상세페이지를 설계했던 과정을 공유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