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리브랜딩 비하인드 1편. 정체성

우리는 어떤 브랜드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기나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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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Design Lead

안녕하세요, 강남언니 브랜드디자인팀 리드 휘입니다.

최근 몇 년 만에 미용의료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달라졌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강남언니에 다닌다고 하면 "너도 이제 여기저기 고치는 거야?"같은 걱정어린(?) 말을 듣던 직원들이, 이제는 "나 시술 뭐 받으면 돼? 추천해줘."라는 이야기를 훨씬 많이 듣습니다. 연예인들이 직접 시술 추천 콘텐츠를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미용의료 제약회사의 모델이 되기도 하고요.

한국 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피부과나 클리닉에 가면 외국인들을 정말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미용의료 강국으로 자리잡은 덕분입니다. 마치 태국에 가면 마사지샵을 찾듯 외국인들은 한국 여행 중 가볍게 피부과에 들르거나, 아예 미용의료를 목적으로 방문하기도 합니다. 인*타그램 팔로워 3.4억의 킴 카다시안이 한국에 와서 시술을 받고, 시술해준 의사를 미국으로 초대까지 한 일은 업계 사람이 아니어도 알만큼 소문이 났고요.

리브랜딩, 왜 하게 되었나요?

어느덧 10년이 된 강남언니/Unni(이하 강남언니)는, 미용의료 업계와 대중의 인식 변화를 이미 안팎으로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눈 수술, 코 수술처럼 일생에 한두 번 하는 '특수한 욕망'의 영역이었던 것이, 이제는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보편적 욕망'의 영역으로 확장됐습니다. 이는 내부 지표로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앱에서 시술을 선택하는 고객의 비중이 정말 빠르게 커졌거든요.

2019년에 설계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수술 정보 중심 서비스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Confident Orange'라는 컬러, 볼드한 서체,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내게끔 설계된 브랜드였습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관리에 가까운 시술 고객까지 아우르려면, 외연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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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의한 고객층도 확장돼 했습니다. 그동안 강남언니는 충분히 탐색을 거친 후, 어느정도 무엇을 받을지 결심한 상태로 유입되는 고객에 집중해왔습니다. 그런데 시술이 대중화되면서, 고민만 가지고 탐색을 시작하는 고객의 비중이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리서치를 해보니, 이 두 유형의 고객 비율은 비슷했지만 탐색 단계 고객의 서비스 활용도는 결심한 고객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우리가 아직 절반의 고객을 제대로 서비스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글로벌 수요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각국 인터뷰 결과, 해외 방문객 중 약 40%가 사전 검색 없이 한국에 와서 피부과를 방문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탐색을 잘 지원해줄 수 있다면 이 고객들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최근 몇년간 조직도 빠르게 커지면서, 각 조직별로 해석하는 브랜드의 모습에도 이격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만들고있는 브랜드에 대한 내부 인식 또한 일치시킬 계기가 필요했죠.”

왜 지금이었나요?

결정적인 계기는 일본이었습니다. 일본에 진출한 이후 서비스가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여러 지표가 현지 1위 서비스를 넘볼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강남언니 앱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일본 고객들이 너무 많아서 이유를 물어봤더니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이름에 강남이라고 적혀있어서, 한국에 갈 때만 쓰는 앱인 줄 알았어요. 일본 병원도 있는 줄 몰랐어요."

브랜드 이름이 병목 중 하나였던거죠.

태국, 미국, 중국, 대만 등 글로벌 사업이 막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각 국가에서 브랜드 인지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인 지금이 기회였습니다. 적합한 이름과 정체성을 규정하고 공통의 인식을 심는 것이 훨씬 낫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새로운 글로벌향 브랜드 이름 찾기

글로벌 브랜드 네임을 새로 찾아보기로 결정하고, 처음 정리한 조건은 이랬습니다. 기존 “Unni”와 “칸나무온니” 의식하지 않아도 되니, 미용의료 도메인과 잘 맞고 우리 철학이 담긴 이름을 새로 만들자고요. 파트너사에서도 좋은 후보들을 다양하게 제안해주셨고, 그 후보들을 가지고 회사에 근무하고있는 외국인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구성원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지금 “언니” 이름 좋은데, 왜 바꾸려고 해요?"

한류 영향으로 '언니'라는 단어를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미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드라마 속 믿음직하고 다정한 여주인공의 이미지가 '언니'라는 단어와 함께 전세계에 퍼져있었습니다.

“언니”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가 있습니다. 수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오고있는 상황에서, 한국 서비스명인 '강남언니'와 연계성이 전혀 없는 이름이 되면, 외국인 고객과 병원 간 소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점이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있는 외국인 고객에게는 더욱 큰 불편이 될테니까요.

그래서 다시 방향을 바꿔 'Unni'를 계승할 이름으로 다시 탐색을 시작했습니다.

Onni 계열 — '언니'의 발음을 계승하는 방향입니다. 기존 “Unni”가 “우니”나 “유니”로 읽힐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했던 만큼, 여러 외국인 구성원들의 확인을 통해 한국어 “언니” 발음과 유사한 철자를 찾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칸나무온니'에서 '칸나무'만 빠지는 것이라 변화의 폭이 작고, 이미 일본 내 미용의료 플랫폼 인지도 1~2위를 다투는 수준까지 성장한 기존 유저들의 인식을 다시 쌓아야 하는 리스크도 적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Syster 계열 — '언니'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방향입니다.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일본에서 기존 고객의 인지 부하가 생기는 단점도 있긴 했지만 충분히 탐색해 볼만한 방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방향이 잡혀가는 것 같았을 즈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유력한 시안들을 몇개 선정해 주요 타겟 국가 9개국, 6개 상품류에서 동시에 등록 가능 여부를 검토했는데, 결과가 너무 처참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하나씩은 걸리는 케이스가 나왔고, 여러 조건을 동시에 통과하는 안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후보를 검토하고 나니 마지막에 남은 이름이 있었습니다. 이미 우리가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에서 쓰고 있던 Unni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생각했던 방향대로 논의가 흘러온 것도 아니고, '새로운 이름'도 아닙니다. 수많은 후보를 두고 고민하고, 외국인 내국인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상표권이라는 현실적 조건까지 검토하고 나서 도달한 결론이 Unni였다는 것은 약간 김샐법도 하지만 하나도 아쉽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언니'라는 단어가 가진 브랜드 가치를 새로 발견하게 되었고,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이름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물론 변경할 게 적다는 점도 좋았고요.)

강남언니만의 미션, 비전 찾기

"강남언니 미션이 뭔지 아시는 분?"

이 질문을 던졌을 때 구성원들이 대답한 미션/비전은 사실 힐링페이퍼의 기업 미션이었습니다. 강남언니 브랜드 미션도 있긴 했지만 내부적으로 힐링페이퍼의 기업 미션과 비전이 더 각인이 잘 되어있었던 것이죠.

파트너사에서 제안하신 미션/비전 초안을 받아보았는데, 팀 내부에서 공통적으로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필요한 키워드는 다 들어간 것 같은데... 왜 우리한테 안 맞는 옷 같지?"

생각해보면 오랫동안 이 서비스를 만들어온 우리 안에 이미 내재화된 무언가가 있었고, 그걸 가장 잘 끄집어낼 수 있는 건 사실 우리 팀이긴 합니다. 직접 탐색해보기로 결정하고, 구성원들 마음 속에 이미 자리잡고 있었던 힐링페이퍼의 미션, 비전, 그리고 프로덕트 비전에서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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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힐링페이퍼의 프로덕트가 강남언니 하나였기 때문에, 사실 이게 강남언니의 비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힐링페이퍼에서 다른 서비스들도 시작하게 되었고, 강남언니 브랜드만의 구분된 역할과 미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업과 서비스 브랜드를 분리하자, 강남언니의 미션/비전이 어떠해야 하는지 감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힐링페이퍼의 기업 미션/비전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강남언니가 할 수 있는 것을 정의하는 방식으로요. 여기서 출발해서 여러 번의 내부 논의와 전사 공유 세션을 거쳤습니다. 수십 개의 조합을 만들고, 단어 하나하나를 치열하게 토론했습니다.

강남언니의 새 미션과 비전을 소개합니다.

이전까지 강남언니가 해결하려 했던 문제는 명확했습니다. 미용의료 정보가 없었고, 불투명했고, 접근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정보를 모아 쉽게 전달하는 것이 가치였습니다. 지금 시장은 다릅니다. 정보는 넘쳐납니다. SNS에서,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이 하루에도 수십 개를 추천해줍니다. 그럼에도 고객의 불안은 여전합니다. 아니,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문제가 '정보 부족'에서 '정보 과잉 속의 불신'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그래서 새 미션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 아니라, 고객이 그 정보를 통해 '이 선택이 나에게 맞다'는 상태에 도달하게 돕는 것. 정보 제공자에서 확신의 동반자로, 역할의 무게 중심이 달라진 것입니다.

비전의 마지막 구절이 중요합니다. "결정의 주도권을 고객에게 돌려준다." 강남언니는 선택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정보의 격차를 줄임으로써, 결정에 이르는 과정의 주도권을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것 — 그것이 우리의 방식입니다. "극도의 고객중심 사고"라는 표현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닙니다. 단기적 매출보다 고객의 신뢰를 우선하고, 불리할 수도 있는 후기를 지우지 않는 등 고객을 위한 결정을 하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코어밸류 : 고객에게 주어야할 가장 중요한 세가지 가치

그렇다면 이 미션과 비전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어야 하는가. 코어밸류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어야 했습니다.

코어밸류의 수렴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 소스에서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잘해왔고 고객도 가치를 느끼고 있던 것에서 반드시 계승해야 할 것들, 전사 서베이에서 나온 구성원들의 보이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해야할 역할. 이 세 축을 겹쳐보며 언어를 추려나갔습니다.

먼저,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진행했던 전사 구성원 대상 서베이를 다시 꺼내보았습니다. "강남언니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 하나를 꼽는다면?"이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신뢰라고 답한 사람이 과반 이상이었습니다.

왜 신뢰일까요? 구성원들의 답변에는 공통된 맥락이 있었습니다. 미용의료는 내 몸에 직접, 되돌리기 어려운 영향을 주는 고관여 의사결정이고, 시장 전반에 광고성 콘텐츠와 가짜 후기가 만연해 원래부터 '믿을 수 없는 도메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 그 안에서 강남언니가 해야 할 일은 불신과 불안을 걷어내고, 고객이 확신을 갖고 선택할 수 있게 돕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신뢰"란 단어를 바로 우리 코어밸류로 가져오는 건 어딘가 석연치 않았습니다. 일단, 우리만의 가치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서비스는 고객에게 신뢰를 약속하니까요. 그렇다면 우리 고객이 신뢰를 느끼게 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정확한 정보, 투명한 가격, 진짜 후기, 플랫폼의 중립성, 심리적 허들 제거, 첫 진입을 쉽게 해주는 것, 고객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 — 수집한 소스들을 계속 클러스터링하면서, 어떤 언어가 되는지를 거꾸로 추적해 갔습니다.

진짜 우리가 되고자 하는 모습인지, 너무 큰 말은 아닌지. 반대로 너무 지엽적인 단어는 아닌지,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면 미션/비전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지…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지며 정정을 반복했고, 그렇게 단어를 정제해나갔습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세 단어가 남았습니다.

강남언니의 새 정체성

이렇게 새로이 규정한 강남언니 미션과 비전, 그리고 세 가지 코어밸류 Confidence, Ease, Relationship까지 모두 연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Unni는 모든 고객의 고유한 맥락에 맞는 케어와 연결을 제공하며, 고객의 미용의료 여정을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파트너입니다. 전 세계 누구나 예측 가능하고 허들 없는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며, 미용의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고객 여정을 수월하게 만듭니다. 진위를 알기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미용의료 정보를 명확하고 솔직하게 제공하며, 미용의료 고객이 스스로 확신을 갖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Unni와 함께 이러한 경험을 쌓은 고객은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미용의료 여정을 함께하는 믿음직한 파트너로서 Unni를 계속 찾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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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 강남언니가 어떤 브랜드인지 조금 선명해지는 것 같죠?

다음 편에서는 이 철학이 실제 디자인 언어로 어떻게 구현됐는지 이야기합니다. 새 심볼과 비주얼 원칙, 그리고 글로벌 서비스가 된다는 것이 브랜드 디자인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