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랜딩 비하인드 2편. 비주얼

강남언니 브랜드디자인팀 리드 휘입니다.
리브랜딩을 진행하면, 시각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를 결정해야합니다. 사람들은 가장 먼저 시각 언어의 변화에서 변화를 감지하기 때문이지요. 말 그대로 시각 "언어"인 것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선택할 수도 있고, 아주 약간의 리파인만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고, 리브랜딩을 결정하게 된 맥락과 목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강남언니/Unni도, 앞서 1편에서 서술한 정체성 변화에 맞춰, 그에 수반한 비주얼 전략 — 로고를 비롯해 브랜드의 인상을 결정하는 각종 시각 에셋들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어떤 맥락과 목적을 가지고 시각언어를 정비해나갔는지 알려드릴게요.
살릴 것과 버릴 것
강남언니 시각 언어의 변화 수위에 대해, 파트너사인 PlusX와 사전에 협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심볼과 컬러는 계승하되 완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메시지를 담는 방향이었습니다. 오렌지 컬러와 심볼은 이미 고객에게 학습된 자산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바꾸는 건 리스크였습니다. 다만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 방향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다듬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특히 심볼의 'Peeling Off' 메타포는, 오래된 구성원조차 의미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구성원과 고객 모두 하트라고 부르고 있었고, 하트 기호의 통상적인 쓰임처럼 심볼을 소비해왔습니다. 더구나 필링오프는 극적인 변화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은 일상적인 관리,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아가는 여정이었으므로, 심볼에도 새로운 메타포를 담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기존 심볼은 두 컬러가 형태적 구분 없이 붙어 있는 구조여서 단일 컬러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새 디자인에서는 이 제약 없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형태를 요청했습니다.
단, 모두가 하트라고 부르고 있는 형태는 유저에게도 직관적으로 인지되고 있는 자산이라고 판단하여, 어느 정도 계승하는 방향으로 가이드했습니다. 아울러 해외에서 하트 형태가 지나치게 유치하거나 특성 성별 지향으로 보이지는 않는지 크로스체크도 요청했습니다. 글로벌 서비스가 된다는 것은,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다양한 문화권의 시선으로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으니까요.
그간 가장 일관적으로 유지되어온 시각 자산은 단연 브랜드 컬러인 오렌지였습니다. 브랜드 필름에서도, 제품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온 색상인 만큼, 계승해야 할 시각 자산 1순위는 컬러였습니다.

다만 ‘원하던 변화를 향한 열정’을 표현하기 위한 ‘Confident Orange’였기에 앞으로의 방향성을 고려한다면 볼드하고 강렬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기존 심볼에서도 사용된 프라이머리 오렌지와 세컨더리 옐로우의 조합은, 브랜드 컬러를 다양하게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했습니다. 세컨더리 컬러가 1종이며 그 외 보조 컬러 팔레트를 셋팅하지 못했던 점은, 동안 브랜드의 인상을 제한해왔다고 판단하여, 여러 보조 컬러 팔레트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워드마크와 타이포그래피 또한 글로벌 진출이 시작되면서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오른 부분이었습니다. 기존 로고타입과 전용 서체는 개성이 강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에 용이했지만, 공식 홍보물이나 캠페인 배너에 쓰기에 여러모로 활용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고, 영문 텍스트와 병기할 때 스케일이 맞지 않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당초 한국 서비스만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기에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지만, 글로벌 리브랜딩인 만큼 이번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이슈였습니다. 어느 언어와 병기해도 어색하지 않고, 한국어·일본어·영어 모두에서 같은 무게감으로 읽히는 서체로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을 파트너사에 전달하고,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파트너사에선 최종 세 가지 시안을 제안해주셨는데요, 모두 강남언니의 향후 방향성을 포괄하면서도 매력적인 시안들이었지만, 거의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아진 안이 있었습니다. 그 안은 바로…
Beauty Navigator
새로운 강남언니/Unni의 심볼 “뷰티 내비게이터”를 소개합니다.

기존 하트의 형태적 요소를 계승하되, 'Peeling Off' 메타포를 걷어내고 나침반이라는 새로운 메타포를 더했습니다. 기존 필링오프 심볼의 45도 각도를 그대로 유지해, 이전 심볼과의 연속성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자칫 단조로울 수도 있는 형태를 보완하기 위해 브랜드 컬러 팔레트의 보조 색상과 오렌지를 그라디언트로 연결해 입체감을 더했습니다. 여기에는 고객의 여정과 변화라는 의미도 함께 느껴졌으면 했고요.

워드마크의 곡선과 직선 특성을 심볼에도 동일하게 적용하여, 심볼과 워드마크 사이의 시각적 통일감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면이 나뉘지 않은 단일 면 구조로 조형되어, 모노 컬러로 활용하기에도 용이해졌습니다.
일정상 네이밍·BIS 결정과 병렬로 진행된 시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심볼을 계승하면서도 고객 여정을 함께하는 파트너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잘 담아낸 심볼이 탄생했습니다.
New Orange
컬러 또한 기존 오렌지 컬러에서 시각적 부담을 약간 덜어내고, 더 선명하고 생기 있는 톤으로 조정했습니다. 기존의 오렌지+옐로우 두 컬러 체계에서, 프라이머리 컬러 하나를 중심으로 세컨더리 컬러 2종, 그리고 멀티컬러 팔레트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 컬러 팔레트는 세 가지 주요 컬러와, 보조 컬러로 구성됩니다.
Main Orange (Primary) — Unni의 핵심 정서를 담은 컬러입니다. 친근하고 밝은 인상으로 사용자와의 거리감을 자연스럽게 해소하며, 긍정적 에너지와 접근성을 상징합니다. 모든 결정의 기준을 고객에게 두는 Unni의 고객 중심 철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Plum (Secondary) — 침착하고 세련된 인상을 통해 정보의 신뢰도와 전문성을 강조합니다. Main Orange와 균형을 이루며 브랜드의 깊이와 안정감을 보완합니다.
Ivory (Secondary) —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컬러입니다. 화면 전반의 여백과 호흡을 조율하여 콘텐츠 몰입도를 높입니다.
그 외에도 브랜드 컬러와 조화로우며, 브랜드의 전체 인상을 전반적으로 생기있고 클린한 인상으로 만들어 줄 보조 컬러팔레트를 지정하여 콘텐츠와 브랜드 시각 자산에 적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고타입
새로운 워드마크는 브랜드 네임의 영문 스펠링 u, n, i 소문자로 설계되었습니다. 기존의 볼드하고 확신에 찬 이미지를 반영했던 대문자에서 벗어나, 가독성을 높이고 더 편안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한글 로고타입이 네모꼴 구조로 영문과 병기 시 스케일이 어색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문 워드마크의 곡선과 직선 특성에 시각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한글 로고타입도 함께 재설계했습니다. 모던하면서도 콘덴스트한 인상으로, 심볼과 나란히 놓였을 때 균형감이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중국(간체)과 대만(번체)의 경우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중국에서는 해외 브랜드가 진출할 때 별도의 한자 브랜드명을 만드는 것이 거의 관행에 가깝습니다. 나이키, 스타벅스, 우버 모두 중국 시장에 맞는 한자 이름을 따로 갖고 있습니다. 이미 중화권에서는 한류의 영향으로 '欧巴(오빠)', '欧尼(언니)' 같은 한국어 음역이 대중적으로 통용되고 있었고, 내부 논의 과정에서 중화권 구성원들도 같은 의견을 주었습니다. '欧尼'라는 표기는 단순한 음역이 아니라 이미 대중에게 친숙한 단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맥락을 바탕으로, 중국은 欧尼unni(간체), 대만은 歐尼Unni(번체)로 한자와 영문을 병기하는 형태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일본은 또 다른 고려가 필요한 시장이었습니다. 이미 'カンナムオンニ(강남언니)'라는 이름으로 수년간 쌓아온 현지 브랜드 인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새 이름 'Unni'로 전환하되, 과도기 동안에는 'Unni(カンナムオンニ)'와같은 방식으로 병기하여 기존 사용자들이 같은 서비스임을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름이 바뀔 때 생기는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새 브랜드로 조심스럽게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포토그래피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가장 바꾸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인물 이미지였습니다.
기존 강남언니의 브랜딩은 "원하는 변화를 향한 열정"과 확신에 찬 목소리를 표현하는 방향이었습니다. 브랜드 캠페인에서 활용해온 인물 이미지도 정면을 응시하거나 강한 컨셉을 강조하는 방식이었고, AI로 제작한 이미지 역시 미용의료 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피부가 매끈한 여성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과의 거리가 점점 벌어져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용의료를 받는다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일상적인 선택의 영역이 되었다면, 이미지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했습니다. 최대한 내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인물 이미지를 사용함으로써, 강남언니와 미용의료가 일상 맥락에 이미 들어와있음을 드러내어 심리적 허들을 낮추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습니다.

동시에, 강남언니의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를 이미지로 선언하고 싶었습니다. 본인만의 추구미가 있고, 스스로를 가꿀 줄 알며, 그 욕망이 자신에게 있음을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강남언니는 특정 아름다움이 옳다고 규정하거나 더 나아져야 한다고 먼저 제안하지 않습니다. 이미 자신만의 추구미를 가지고, 그것을 추구하려는 욕망을 스스로 인지한 고객이 우리의 고객이며, 그런 고객이 외부 인식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포토그래피는 그 태도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시각 언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주얼 원칙
강남언니 내부에는 브랜드 디자인팀 외에도 디자인 소재를 직접 만드는 마케터와 외주 디자이너가 각 국가별로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맥락과 국가에 노출될 디자인을 표현하기 때문에, 브랜드 가이드 문서 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모든 접점에서 일관되게 표현되려면, 브랜드 디자인팀끼리 암묵적으로 공유해온 감각들을 누구나 따를 수 있는 언어로 구체화한 원칙이 필요했습니다.
강남언니의 비주얼 원칙은 브랜드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에서 출발했습니다. '전 세계 누구나 나다운 아름다움을 위한 선택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라는 미션, 그리고 Confidence·Relationship·Ease라는 세 가지 핵심가치를 시각으로 번역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또한 고객이 고민 인지 → 탐색 → 결정 → 시술 → 관리로 이어지는 여정 각 단계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함께 고려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십 개의 키워드를 쏟아내고 수렴시켜, 최종적으로 세 가지 비주얼 원칙을 도출했습니다.

Visual Principle 1. Clean & Refined
강남언니는 정보 비대칭이 큰 미용의료 시장에서 고객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원칙은 정보의 명료함입니다. 복잡한 시술 정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트렌디하면서도 믿음이 가는 인상을 만드는 것이 이 원칙의 핵심입니다.
- Visual Expression: Minimal(절제된) / Structured-Systematic(구조적인 시스템화) / Editorial Layout(편집 레이아웃)
Visual Principle 2. Natural & Welcoming
미용의료는 신체와 밀접하게 연관된 민감한 영역입니다. 고객이 심리적 허들 없이 서비스를 탐색하고, 가까이하고 오래 함께할 수 있으려면 과하게 꾸미지 않은 편안함과 부드러운 인상이 필요합니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 현실에 가까운 이미지가 오히려 신뢰를 만듭니다.
- Visual Expression: Comfortable(편안한) / Soft(부드러운) / Approachable(다가가기 쉬운)
Visual Principle 3. Delightful & Lively
고객의 미용의료 여정은 고민과 불안으로만 가득 찬 것이 아닙니다. 탐색하는 설렘, 결정의 뿌듯함, 관리하는 일상의 만족감이 있습니다. 그 여정마다 작은 기쁨이 쌓일 수 있도록, 센스 있는 디테일로 기분 좋은 경험을 설계합니다. 기능에 충실하되, 작은 위트를 곁들입니다.
- Visual Expression: Witty(센스있는) / Fresh-Eye Catching Point(산뜻한 환기되는 포인트) / Real Every Day(일상적인)
세 원칙의 순서는 우선순위이기도 합니다. 먼저 명료하고 신뢰감 있게, 그다음 따뜻하고 친근하게, 마지막으로 생기있게. 팀 내에서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생기있고 깨끗한 디자인 ✨
앞글자만 따서 “생깨디”한 디자인!라고, 지금도 내부에서 활발히 언급하고 있지요.
정말 중요한 작업은 지금부터.
심볼부터 컬러, 워드마크, 포토그래피, 그리고 비주얼 원칙까지. 모두 "강남언니는 어떻게 보여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브랜드가 문자나 음성이 아닌 시각 언어만이 전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스타일의 디자인을 구사하는지, 어떤 색을 고르는지, 어떤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쓰는지 — 그 하나하나를 의도하고 고심하여 고객에게 전달할 때, 고객은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시각적 단서들은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인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도된 컬러, 비슷한 결의 사진 톤, 같은 방식으로 정돈된 레이아웃 등에서 주는 느낌이 반복해서 쌓이면, 고객은 어느 순간 "이 브랜드는 이런 브랜드"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브랜딩과 시각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이것입니다. 일관된 시각 언어의 반복 노출이 브랜드 인지와 신뢰를 형성한다는 점이요.
그래서 리브랜딩으로 정의된 이 모든 것들이 실제로 고객에게 전달되는지, 과연 효과적이었는지를 파악하는데는 외부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리브랜딩은 최소 2년 봐야죠"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었는데, 한번 공개했다고 끝이 아니라 우리의 전략이 효과적이었는지를 확인하고, 꾸준히 조정하고 관리해야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고객에게 새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은 리브랜딩의 종료가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와 고객이 실제로 느끼는 가치가 일치하는지, 그 간극을 좁혀가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죠.
다음 편에서는, 앞서 규정한 브랜드 정체성과 디자인 언어가 실제 앱과 웹 제품에 어떻게 적용됐는지 PO 제인이 전해드릴 예정입니다.